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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대학 새내기들이 캠퍼스에 들어오니, 이들을 바라보는 재학생들의 심경이 자못 흐뭇한가보다. 그렇게 마음이 들떠서인지 자연히 입도 가벼워지는데, 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한 동물인지 고작 몇 해를 더 살았어도 그 분수에 선배라고 후배들에게 인생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신입생 시절, 선배들이 운운하는 인생론 따위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남의 방식은 깎아내리고 자신의 방식은 추켜세우며 허세를 부리거나, 자신이 가는 길이나 자신이 행한 바에 대하여 끊임없이 나불대는 사람을 선배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 중에서 나는 이립(而立)한 인간을 본 적이 없다. 진정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은, 말 한 마디와 사소한 행동 하나에 이미 기품이 있는 것이다.

나는 감히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인생 강론을 하려 들지 않는다. 선후배란 나이나 학년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니, 나는 스스로를 그 누구의 선배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행여나 나는 내가 지난날 원숭이 쳐다보듯 바라본 그 우스꽝스런 ‘선배’의 모습으로 남의 눈에 비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살이에 대한 조언 같은 것은 없지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충고 한 마디. 꿈이란 건 본디 남과 나눠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해 너무 조잘대지 말 것.

2010/03/04 04:53 2010/03/04 0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