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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조각

달리는 차 안, 적당히 취기가 오른 두뇌는 뒤로 밀리는 풍경의 형체를 정확히 인식하지 않는다. 모든 사물의 형태는 경계를 잃고 흐물흐물하다. 그러나 저 멀리 보이는 산머리에 낮게 내려앉은 검은 구름의 존재만은 뚜렷이 식별된다. 스치는 가로등 불빛이 눈을 할퀸다. 수천의 파편이 날아든다. 그러나 그 어떤 날카로운 것으로도 나를 찌를 수 없다. 내 마음은 실체가 없으므로. 누가, 무엇이 나를 상처 입힐 수 있을까. 이 무슨 바보 같은 짓이냐고, 비웃을 것조차 없다.

2010/09/06 23:12 2010/09/06 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