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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묻노니, 휘황한 빛이 밤하늘을 물들이던 만월(滿月)의 밤, 어느 객이 낯선 땅을 딛고 서서 가슴을 부풀리던 그 때로부터, 그대 그 뾰족한 뿔을 세우고, 이지러지고, 다시 차기를 몇 회나 반복하였는가?

닿을 수 없는 빛을 향하여 손을 내뻗어 허공만 움켜쥔다. 미지근한 공기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렇다, 아티쿠스여! 시간이 흘렀다. 하루하루 조금씩 식어가는 공기가 초목의 낯빛을 바꾸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헐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겨울의 창백한 태양빛을 보았다. 약간의 관찰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봄날의 서서한, 그러나 너무나도 확실한 변화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항상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날이었고, 한때 잠들어갔던 모든 것들이 일제히 다시 깨어 돌아오곤 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 새 나를 성하(盛夏)의 폭발하는 절정 속으로 밀어 넣었다.

며칠 전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름달을 목격하였을 때 깨달았다. 저 보름달이 이지러지고 다시 차올랐을 때에는, 나는 이미 이곳에는 없을 것이라고. 사계절의 순환을 지켜본 이 공간과 나는, 머지않아 분리될 것이다. 그 달이, 나에게 분명한 과제를 내려주었다. 그 짧은 주기가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전부라면, 그 안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했다. 그렇다. 아마도 내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단 한 가지 작업은, 글을 쓰는 것일 것이다.

바라건대 어디에서나 같은 달을 바라볼 수 있기를! 표현이 이곳에서의 삶을 하나의 형태로 완성시키면, 나는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도 그 의미를 환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영원의 보름달로서 간직하게 될 것이다.

아티쿠스여, 이것이 정녕 내가 나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007/08/07 15:21 2007/08/07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