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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수룩하고 사리분별을 하지 못 하는 8살이었을 때에,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당황스럽거나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일들 앞에서 그 작은 주먹을 얼마나 꽉 말아 쥐었나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지금의 시각에서, 그 힘이 꽉 들어간 8살짜리의 주먹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도 함께.

“성급함은 어리석음과 동행하며, 흥분은 야비함과 저속한 정신과 함께합니다. 그것들은 모두 현명한 판단의 적입니다.”

디오도토스의 말. 그런데 사람들은 디오도토스에게 뭐라고 했지? 뇌물을 먹었다고 했던가? 아니, 아담(히브리어로 ‘인간’과 ‘빨강’의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이라고 했던가?

뭐 아무튼 군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적과 싸우고, 나는 내 생활을 지키기 위해 피로와 싸운다. 12월의 첫 날은 근무 오프. 11월의 첫 날에 휴가를 받고 그 달은 어쩌면 모든 게 잘 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간은 현재의 상황이 만족스러우면 미래도 지금과 같은 것이라고 믿고, 현재 상황이 불만족스러우면 미래는 분명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어떻든 인간은 적어도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는 비관적이 될 여유 따윈 없다.

점심 먹고 한 잠 늘어지게 잔 다음, 운동을 하고, 저녁을 먹고, 바이올린 연습을 했다. 하루의 마감은 힌데미트의 음악과 형편없는 일기, 그리고 약간의 독서다. 내일은 또 근무다. 레슨은 토요일로 옮겼다. 그리고 일요일은 근무다. 일단 이번 주까지는 서울 올라가는 것은 단념한 상태다. 어떤 사람은 “전쟁 시 최대의 적은 북한이 아니라 2교대 근무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2010/12/01 23:19 2010/12/01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