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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으로 성장한 테세우스는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그 무렵 아테네까지의 육로는 흉포한 도적떼들이 들끓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힘세고 걸음이 빠르고 체력이 좋은 사람들은 대부분 도둑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정의와 공정심, 자비심 같은 것들은 힘이 약한 자들이나 하는 소리이며, 힘을 가진 자신들에게는 그런 것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플루타르크에 따르면, 당시의 아테네는 부족 연합 수준의 나라에 불과했으며, 도시의 지배권은 넓지 않았다. 정치체제는 왕정(王政)이었는데, 장자 계승도 담보하지 못 할 정도로 원시적인 수준이었다.

아테네가 폴리스들의 모국(母國)이 된 것은, 테세우스 이후부터라고 한다. 그는 도적떼와 무법자들을 힘으로 처벌하는 한편,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러 부족들을 설득하여 통일된 법질서 아래 복속시킴으로써 국가와 질서를 세웠다.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여, 이 땅에 오라.”는 그의 호소에, 평민과 가난한 자들이 가장 먼저 달려왔고, 권세 있는 자들은 꺼렸다. 그러나 결국 아테네가 폴리스의 으뜸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힘의 논리만이 존재하는 무질서보다는 아테네의 질서를 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루소는 “권리의 조정이 없는 곳에는 오직 선점(先占)과 강점(强占)만이 존재한다.”고 썼다. ‘힘이 세고 걸음이 빠르며 체력이 좋은’ 이들은 마음껏 몽둥이를 휘두를 수 있는 세상을 더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 헤라클레스나 테세우스와 같은 더욱 힘센 자들에 의해, 자신들이 약자에게 행했던 바를 그대로 되돌려 받고 말았다.

오늘날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머리 좋고, 셈이 빠르고, 배짱이 있는 사람들은 전부 사기꾼이 되고 마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정의와 평등보다는 편법과 특혜를 더 선호하는 법이다. 그 부정 속에서만 그들의 권세가 천년만년 지속될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혹 테세우스 같은 이가 나타나 질서를 바로 세우려고 해도, 반드시 격렬히 저항하는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개혁에 반대하는 무리는 항상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나온다.

이런 무리들을 이겨내지 못 하면 사회는 발전하지 못 하고 정체한다. 정체가 오래되면 고인 물처럼 썩는다. 썩은 물에서는 무엇도 살지 못 해 사회는 망하고 만다. 사실 많은 나라들이 이렇게 망하여 없어졌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영원히 살 수는 없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스러지게 되어있다. 그러나 국가가 채 못 다 핀 수많은 청년들의 꿈과 함께 요절하고 말 것인지 혹은 좀 더 오래 건강한 삶을 누릴 것인지는, 오직 제때 수술을 받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무지와 무관심은 병을 키우는 일이요, 체념은 목숨을 버리는 짓이다. 이런 자들이 스스로를 무어라 변호하든 간에, 현명한 자들이라고 할 수 없다.



 

2009/05/27 05:31 2009/05/27 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