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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생신이라 대구에 다녀왔다. 가족은 토요일에 미리 내려가고, 나는 동아리 행사 때문에 일요일 아침에 내려가 점심만 함께 하고 다시 올라왔다. KTX 덕분에 전국이 한나절 생활권이 된 것은 분명 해 보인다. 다만 비좁고 딱딱한 좌석, 심지어 주행 방향과 반대로 놓인 역방향석 등을 보면, 대체 왜 KTX를 이따위로 디자인했는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KTX에 역방향석을 설치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좌석 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보통 전차의 좌석에는, 언제든 전차가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회전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그런데 의자를 회전시키려면 의자와 의자 사이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아마 KTX의 도입자들은 그 공간이 너무 아깝게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장차 외국인들이 한국의 KTX를 이용함에, 대체 왜 역방향석이 있는 거냐고 묻는다면, ‘표 더 많이 팔려고’라는 치졸한 경제적 구실을 이유로 댈 수밖에 없을 테니 얼마나 씁쓸한가. 이 나라의 윗사람들은 도무지 심미적 감수성이라는 게 없다. 게다가 요즘은 KTX가 거의 매 10분마다 있다. 이렇게 차가 자주 있는데, 그깟 실내 좌석 수 몇 개 더 늘리는 게 그렇게 중요했을까 싶다. 이제 좀 치졸한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서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외할머니께서는 지난 2월에 심근 경색증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으셨다. 다행히 외삼촌이 신속하게 병원으로 모시고 갔고, 재빨리 수술을 받아서 지금은 쾌차하셨지만, 그 당시엔 걱정을 많이 했다. 엄마는 연락을 받자마자 부랴부랴 대구로 내려갔지만, 나는 오케스트라 캠프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떠나는 일본 여행 일정이 연이어 있어서, 전화 통화만 하고 직접 가보지는 못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욱 내려가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외할머니께서는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신 듯했다.

호텔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금호강이 바라다 보이는 카페에서 디저트를 즐긴 후,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이제 6월이다.

2009/06/01 02:33 2009/06/01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