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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들이 정치에 대하여 갖는 영향력 이상으로 시민의 권익이 배려되는 사회적 시스템을 본 일이 없다. 만일 시민혁명의 주체 세력이었던 산업 부르주아들이 제1, 2신분이었던 귀족과 성직자들로부터 권력을 뺏어오는 방법으로서 시민들의 참정권을 고안해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오늘날 종교적 박해와 조금도 다를 것 없는 경제적 박해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투표권은 종종 지배 계층의 무분별한 권력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로 존재하지만, 보다 강력한 장치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의 바람직한 사회상은, 중앙 정치보다는 지방 정치가 중시되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국회에서 정당간에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다툼이 거대하게 부풀려져서 시골 촌부에게까지 확대 전파되도록 하는 거대 신문들은 없어지는 대신, 지역의 이해와 관심사를 다룬 지방지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사실상 우리는 우리의 실생활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거대한 정치 담론들에 너무 많이 휘둘리고 있으며, 지배자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설계하는 정책들에 대해 수동적인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가들이 결코 자신들의 특권을 희생시키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중국과는 달라서, 시민들이 한 정치가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수도 있고, 한 정당을 파괴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힘은, 정치 및 경제 분야의 지배자들이 사회 시스템 속에 교묘하게 심어놓은 각종 방해의 장치들과 시민들 스스로의 무관심 때문에 효과적으로 발휘되고 있지 못 하다.

아마도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의 힘겨루기는 인류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지속될 현상일 것이다. 오늘날 피지배 계층은, 과거 신민들이 절망적인 상태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택할 수밖에 없었던 민중 봉기나 납세 거부보다는 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을 지킬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만일 정치를 통해 국가의 구성원들 중에서 소수에 해당하는 일부 세력이 아닌, 다수 국민들의 권익이 추구되어야 한다면, 그런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가 가진 힘을 적절히 활용해야만 할 것이다.

2011/07/26 02:59 2011/07/26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