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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 (1862~1918)

Suite bergamasque No.3 'Claire de lune(달빛)'


언젠가 피아노를 배우게 된다면, 쳐보고 싶은 곡은 사실 베토벤이나 쇼팽보다는 드뷔시일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쉬울 것 같아서인 것도 있고.

너무나 유명한 이 곡은, 드뷔시가 1890년에 작곡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의 일부이다. 'Claire de lune'는 문자 그대로 '달빛'이란 뜻인데, 같은 의미의 한자어인 '월광'이라고도 부르나, 베토벤의 저 유명한 '월광 소나타'와 구분 짓기 위해서 사람들이 일부러 '달빛'이라 부르는 것 같다. 곡의 부드럽고 소박한 정서를 볼 때, '달빛'이라는 수수한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고.

흔히 '드뷔시'를 인상주의 작곡가라고 부른다. 미술사의 용어들을 그대로 가져다가 음악사에 적용시키는 것은 많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도무지 미술사상의 '인상주의'와 음악사상의 '인상주의'의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다(전통의 거부, 새로운 기법의 창안이라고 하는 과정상의 공통점을 논외로 치면). 공교롭게도 모네와 드뷔시는 성이 '클로드'로 같은데, 모네에 대해서는 '모네의 눈'을 칭송했지만, 드뷔시에 대해서는 대체 무얼 칭송할 수 있단 말인가? '드뷔시의 귀?'

사람들은 종종 '감각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을 착각하는 듯하다. 모네의 그림은 분명 모네의 마음에 비친 세상의 모습이 아니라, 모네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드뷔시의 음악은? 애초에 음악을 통해 시각을 자극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얘기다. 무언가 눈에 보일듯 말듯 아른아른하게 작곡을 해 놓았다고 해서 '인상주의'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인다면, 그건 좀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2009/06/10 03:48 2009/06/10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