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iled under 일기장

나는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론 당신도 그렇겠지. 반듯한 인간은 남에게 관계나 애정을 구걸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보라, 저 화목한 가정을. 그 옛날 그리스의 한 철학자가 인간의 삶의 목적으로 제시했던 것, ‘행복’이 그 안에 담겨있는 것처럼 생각되지 않는가? 한 사람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노력할 때에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두 사람이 서로의 행복을 위해 함께 노력함으로써 더욱 행복해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것이 두 사람 사이에서 가능하다면 더 많은 사람 사이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남에게 나의 행복을 위해 봉사할 것을 요구하지 말고, 나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한 제물로 삼지도 말아야 한다. 행복은 시간을 두고 키우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굵어져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지만, 그 최초의 싹은 매우 연약하다. 하지만 고통이 촉발하는 불행은 담쟁이처럼 빨리 자라고 모든 것을 덮어서 이내 질식시켜버린다. 그러니 어느 한 사람에게 불편부당한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는 관계는 지속하면 안 된다.

누군가가 내게 이로운 사람이라면, 나 역시 그에게 이로운 사람일 것이다. 이것은 같은 양(量)을 주고받는 계산적인 관계가 아니다. 공통의 밭을 일구며 함께 소출을 늘려가는 것이다. 마음의 밭이 황량한 사람, 그래서 누군가를 그 안으로 받아들여 함께 경작할 여지가 없는 사람과는 오래 같이 할 수 없다.

2012/06/27 01:58 2012/06/27 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