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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일기장

조금의 쉴 틈도 허락하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이따금 손에서 책을 내려놓으면, 쓸데없는 상념이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입맛이 없다. 그러나 때가 되면 허기가 진다. ‘죽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간다. 마음이 밝았더라면 모래알을 씹어 먹어도 더 맛있으리라.

체련의 날이었다. 백 수 십 명에 이르는 부(部)의 인원을 전부 호출하여 연병장에서 축구를 시켰다. 나는 그런 미친 짓에 참여할 마음도, 구경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도서관으로 갔다. 어제 공자의 생애를 본 것에 이어 오늘은 학이(學而)편을 공부했다.

머리를 짧게 깎았다. 오늘은 레슨이 있는 날이었기에, 연습실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며 바이올린을 켰다. 악기에서 쇠가 긁히는 듯한 이음이 들린다. 아무래도 현을 갈 때가 된 것 같다. 연습량에 비하면 악기 관리에 너무 소홀했던 듯싶다.

바흐의 사라방드를 중심으로 레슨을 받았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온통 화음으로 이루어진 이 난곡을 연습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럽다. 선생님은 내게 음정이 정말 정확해졌다며 이제 어느 정도 귀가 트인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조만간 날을 잡고 유학 상담을 받기로 했다.

복싱을 배우는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여자들도 많다. 아마 연예인들의 복싱 다이어트가 불러온 바람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은 오래 지속하지 못 하고 그만 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대단히 인상적인 여성 한 명이 보였다. 운동을 꽤 오래한 듯 실력이 뛰어났는데, 며칠 전에는 생활인체육대회에 출전하기도 했고, 지금은 프로 입단 테스트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신분이 군인이다. 계급도 중위다. 게다가 연세대 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공통점이 많은 사람과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지라, 조만간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2012/07/12 00:52 2012/07/12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