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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쪽 눈은 찌부러지고 혓바닥은 길게 늘어뜨린 채 쩔뚝이며 걷는 개를 한 마리 보았다. 그 개가 뭉툭한 꼬리를 힘껏 흔들며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나는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 너무나 가여운 녀석은, 스스로를 가엽게 여길 줄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사람을 동정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사람은 그 어떤 비극적인 순간에조차 스스로를 연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또 생각한다. 저 높은 하늘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사람이 마음에 품는 자기 연민도 결국은 아픈 상처를 콕콕 찌르는 하나의 가시일 뿐이지 않겠는가 하고 말이다.

2012/10/15 00:07 2012/10/15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