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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기에서 멈추겠다. 내 인생에서 어떤 부분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윤회(輪廻) 같은 것은 더더욱 믿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다음 생애’라는 것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었더라면, 지금 현재, 이 순간을 살고 있는 나의 삶의 방식이 달라졌을까? 무한하게 주어지는 시간에 만족하며 지금보다 훨씬 나태한 삶을 살았을지, 아니면 다음 기회라는 것을 믿고서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친 짓들을 감행했을지?

“Fate and temperament are two words for one and the same concept(from Demian by H. Hesse).”

아마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나의 타고난 기질은, 이렇게밖에는 살 수 없도록 나를 운명 지었다. 나는 현재의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기보다는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 ‘다음 생애’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래서 나의 영혼이, 비록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잊어버리더라도 먼 훗날 새로운 육신에 깃들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면, 나는 이번 생애동안 내가 쌓을 선업의 대가로 다음 생애에서도 지금과 같이 아주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나게 되기를 바란다. 다만 그 인간은, 자신보다 운명의 호의를 덜 입은 자들에 대한 공적인 책임감을 잊지는 않으면서도, 자기 외적인 세계의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덜 민감하고,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는 조금 더 민감하며,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고 한 사람에게 온전히 사랑받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History, my only consolation.

Future, my sole hope.

Yet, love, my one and only dream, indeed.

2013/01/24 02:21 2013/01/24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