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祭如在 祭神如神在
제여제 제신여신제

『논어(論語)』「팔일(八佾)」편에 실려 있는 구절이다. 주자는 정자의 해석을 따라서 제(祭)를 선조에 대한 제사로, 제신(祭神)을 조상이 아닌 다른 신에 대한 제사로 풀었다.

祭 祭先祖也. 祭神 祭外神也.

주자의 풀이를 따르면 위 구절의 해석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조상이 실제 임한 것처럼, 외신에 대한 제사를 지낼 때는 그 신이 정말 있는 것처럼 해야 한다.》가 된다.

그러나 굳이 이런 번잡한 해석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요는 제사를 지낼 때는 제사 지내는 대상이 정말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요지만 살리면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

《제사를 지낼 때 있는 것처럼 하라는 말은, 귀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정말 그 귀신이 있는 것처럼 하라는 뜻이다.》

귀신이 존재하는가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제사를 지낼 때는 제사 지내는 대상이 정말 있는 것처럼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처음 맞이하는 설. 차례와 제사는 엄연히 다르지만, 우리 집에서는 정월 초하루에 증조부모의 제사를 겸해 지내던 전례를 따라, 차례 의례에 약간 제사의 형식을 첨가해서 지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전례를 충실히 따랐으니, 만약 그 자리에 오셨다면 만족하셨겠지. 비록 작은 아버지 부부는 참석을 못 했지만, 대신 사촌 동생 현우가 그 집 대표로 참석했다.

설 연휴 기간에는 잠을 자면서 보냈다. 내가 얼마나 잠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오랜만에 깨달았다. 금요일에는 논어 수업을 듣고, 바이올린 연습까지 하느라 대전에 머물렀다. 토요일 아침 일찍 집으로 올라갈 생각이었지만, 일어나보니 이미 한낮이었다. 서울에는 저녁 무렵에 도착했다.

일요일 아침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는 오랜만에 아무런 부담 없이 게으름 피우며 보냈다. 저녁에는 영화를 내리 세 편이나 봤는데, 가장 큰 수확은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잊혀진 꿈의 동굴」이었다. 3만 2천 년 전 석기시대 인류가 남긴 벽화가 완벽하게 보존되어있는 쇼베 동굴 내부를 세계 최초로 영상 촬영한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월요일 점심 때는 잠깐 과천에 들러 외할머니를 뵙고 새해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나는 그 길로 대전으로 내려와 방에 들르지 않고 연습실로 직행했다. 11시까지 바이올린 연습.

이번 주부터는 연주회 준비 모드로 전환한다. 실력이 부족한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사람들까지 불러놓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잖은가. 연주회 날까지는 퇴근 후 도서관에 가지 않고 바로 연습실로 갈 생각이다. 가급적 잠도 충분히 자고 체력 관리도 해야겠다.

2013/02/13 02:09 2013/02/13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