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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기분상으로는, 혹은 어쩌면 사실상으로도 군대에 한 번 더 간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나는 국내에 가장 큰 그룹의 한 계열사에 몸담았고, 지금은 그 모든 계열사의 인력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흔히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다소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심드렁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내가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 있고, 여건이 훨씬 더 악화되기는 했지만 적은 시간이라도 연습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말이면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대전으로 내려간다. 차 안에서는 주로 중국어 회화 교재나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유성 중심지에 위치한 작은 오피스텔 하나를 임대해서 쓰고 있다. 내 개인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어느 새 여자 친구와 공유하는 공동의 공간이 되어버렸지만, 아무튼 군대에 있을 때 분당의 집이 그러했던 것처럼, 직장인이 된 지금 주중의 번잡한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고 홀가분해 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제법 유쾌한 일이다. 서울,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복잡하고 번쇄하다고 할 수 있는 강남 한복판으로 출근을 하게 된 이후로는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다. 대중교통 이용이 극히 제한되는 집의 위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환승 주차장까지는 차를 몰고 가야만 하지만, 일 주차비는 신분당선 이용객 할인과 경차 할인을 적용 받아서 1,500원 선에서 해결하고 있다. 이 정도면 파견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월 식대 비에서 어느 정도 충당할 수도 있겠지. 출, 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그리고 점심시간에 30분 정도 짬을 내에서 하는 독서가, 주말 바이올린 레슨과 더불어 내 정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보루라고 할 수 있겠다.
2014/03/11 00:46 2014/03/11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