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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朝鮮)은행(銀行)’이라는 이름의 금융 기관이 최초로 생긴 것은, 흔히 강화도 조약이라고 통칭되는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가 체결된 지 2년 후인 고종 15(1878) 때의 일이다. 이 최초의 은행이 세워진 자리는, 지금도 국내 주요 은행의 지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부산시 중구 동광동 일대의 한 귀퉁이였다. 지하철 남포역에서부터 광복로라 이름 붙여진 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다보면 부산호텔이라는 그다지 세련된 구석을 찾아볼 수 있는 호텔에 이르게 되는데, 바로 그 호텔 맞은편 자리가 조선 땅에서 최초로 개업한 은행이 들어서 있던 장소다. 지금은 시중의 저축은행이 입점 해 있는 빌딩만 서 있을 뿐, 옛 건물의 그 어떠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 최초의 은행과 관련된 유적(遺蹟)은 의외로 부산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인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천의 중구청 정문에서부터 인천항 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는 인천 개항박물관이 그것이다. 반원(半圓) 아치로 멋을 낸 정면의 입구 상단에는 지금도 조선은행(朝鮮銀行)이라는 글씨가 선명하지만, 좌우의 완벽한 대칭에 르네상스 양식의 작은 돔 지붕이 인상적인 이 건물은 본래 일본 자본에 의해서 세워진 1은행 부산지점의 출장소로 출발하여 1888년에 지점으로 승격된 1은행 인천지점의 건물이었다.

, 1878년 조선 땅에 최초로 세워진 은행, 그보다 5년 앞선 1873년부터 일본에서 영업을 시작한 제1은행이, 개업 불과 5년 만에 이국(異國)의 개항장에 세운 해외지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일본의 제1은행은, 메이지 정부가 1872년에 제정한 국립은행조례(國立銀行條例)’에 따라 수도 도쿄에서 문을 연 일본 최초의 은행이기도 하다. 정식 명칭은 제1국립은행(第一國立銀行)으로, 일본 최초의 근대적 은행인 국립은행 중에서도 가장 먼저 영업을 개시한 은행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제1국립은행은 조선과 일본, 양쪽에서 최초의 은행이라는 기념비적인 칭호를 독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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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국립은행 인천지점 건물(사진 출처: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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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국립은행 인천지점 건물 내부(사진 출처: 문화재청)

2017/10/11 14:28 2017/10/11 1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