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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벌써 여름은 저만치 물러가고 가을이 가까이 오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브람스에 빠져있다.

 “자유롭지만 고독하다”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

오늘 소개할 곡은 The Variations on a Theme by Haydn Op. 56a(하이든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번호 56a)이다. 이 곡은 1873년 여름에 작곡되어 같은 해 11월에 브람스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편성은 2관 편성.

이 곡은 이미 제목만으로도 우리에게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 해 주고 있다. 우선 곡의 형식이 ‘변주곡’이라는 것. 이 ‘변주곡’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상당히 친숙하다. 그런데 변주곡이 대체 무엇이란 말이지?

본래 변주(變奏)란, 어떤 선율을 여러 가지 작곡, 연주 상의 기법을 사용하여 변화시켜 나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변주’의 방식으로 곡 전체를 구성한 것이 이른바 ‘변주곡’으로, 악곡의 주제 선율을 시종 다양한 기법으로 변주해 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변주곡은 상당히 자유로운 작곡 형식이다. 기본적으로 변형을 할 원형의 멜로디(주제)가 초두에 제시되는 것은 당연한 약속 같은 것이지만, 이후에 어떤 식으로 몇 번 변주가 이루어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작곡가의 개성에 달려있다.

이런 변주곡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명곡들로는 하나의 선율을 무려 30번 변주하여 연주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기교를 이용한 변주의 진수를 보여주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 그리고 바로 이 카프리스 24번의 주제 선율을 이용하여 전혀 새롭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관현악판 변주를 들려주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광시곡’,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등이 있다.

브람스 역시 변주곡 형식의 곡들을 남기고 있는데, 오늘 소개할 ‘하이든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변주곡 역사에서도 각별한 위치를 지닌 곡이다. 대체로 변주곡은 장대한 심포니나 모음곡 같은 비교적 규모가 큰 악곡의 한 악장으로 작곡되는 것이 통례다. 그런데 ‘하이든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변주곡 형식이면서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작곡된 최초의 관현악곡인 것이다.

사실 이 곡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먼저 작곡되고, 오케스트레이션은 나중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버전이 먼저 공개가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먼저 작곡된 피아노 버전이 오케스트라 버전에 밀려 작품 번호 56b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제 다시 한 번 곡의 제목으로 돌아가 또 다른 정보를 탐색 해 보자. 곡 초반 2분가량 제시되는 이 근사한 주제 선율이 어디에서 얻어졌을까? 곡의 제목은, 이 주제 선율이 하이든의 작품에서 가져온 것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선율이 정말 하이든이 작곡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Haydn, Divertimento in B-dur 2nd mov.

하이든의 디베르티멘토 1번으로도 알려진 곡의 2악장이다. ‘Chorale St. Antoni(성 안토니의 성가)’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여기의 멜로디는 분명 브람스가 변주에 사용한 멜로디가 맞다. 그러나 이 곡을 정말 하이든이 썼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오늘날에는 오히려 다른 작곡가의 작품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설령 이 희유곡을 하이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작곡했다 하더라도, 과연 그 제3의 작곡가가 주제 선율을 작곡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성 안토니의 성가’라는 제목이 그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지만, 지금까지는 이 부제와 관련하여 주제 선율의 근원을 밝혀줄 어떤 추가적인 정보도 발견되지 않았다.

여전히 미스터리인 아름다운 주제 선율이 제시된 뒤, 이후 이 주제가 총 8번 변주된 다음, 피날레로 마감한다. 8번에 걸쳐 다양한 시대의 기법들로 폭넓은 변주를 들려주는데, 각각의 변주가 모두 개성 넘치고 아름답다. 개인적으로는 정열적이면서도 유려한 1번 변주가 마음에 들지만, 여러분들의 선택은 어떨지?

본래 하나의 곡으로 쉼 없이 연주되는 이 곡을 변주별로 쪼개서 올린 것은, 각 변주간 구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통째로 된 파일의 용량이 커서 안 올라간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 대충 보니까 파일 크기가 10메가가 넘어가면 업로드가 안 되는 것 같다. 이건 텍스트큐브 자체에 걸려있는 제한인 걸까? 이래서는 용량 6기가의 서버를 사용하는 의미가 없다. 어떻게 수정이 안 되나.

지휘는 토스카니니.

2009/08/30 05:25 2009/08/30 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