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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제123기 공군사관후보생으로 선발되어 지난 2009년 9월 14일자로 입영했던 나는, 입소 5일 만에 훈련소에서 쫓겨나 지금도 여전히 이렇게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 다사다난했던 지난날들을 정리한다. 참고로 훈련소 생활 5일간의 일기는 실제로 훈련소 생활 짬짬이 쓴 것.

2009년 9월 14일 입소


2009년 9월 15일 정밀신검


2009년 9월 16일 체력검정 그리고 불길한 조짐


2009년 9월 17일 성병이 아니냐고?


2009년 9월 18일 그리고 쫓겨나다


2009년 9월 29일 병원 진찰


 

그후



이상이 내가 입소 5일 만에 훈련소에서 쫓겨나 여전히 사회에서 비비적거리며 생활하게 된 경위이다. 현재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내 동생은 이 소식을 접하고 “부럽다, 오빠한테는 자꾸 맘껏 쉴 시간이 주어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처음에 훈련소에서 쫓겨 날 때는 당황스럽고, 머리를 깎으러 목욕장으로 들어가는 후보생들이 부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사회로 다시 나와 며칠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몰라 주변에 연락도 못 취하고 멍하니 지냈다.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적응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생 말처럼 마음의 짐 없이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오히려 감사하고 있다.

이번 겨울에 중국 여행을 가기 위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낡은 영어 실력을 다시 연마하기 위해 회화 학원에도 등록했다. 내년에는 아마 오케스트라 연주도 한 번 더 서지 않을까 싶다. 독서할 시간도 많아서 벌써 몇 권의 책을 읽었다. 바이올린 레슨은 아직 쉬고 있지만, 조만간 선생이 구해지면 집에서 레슨을 받을 생각이다. 사진 찍는 것에도 흥미가 생겨서 앞으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사진기를 가지고 돌아다닐 생각이다. 집에 있을 시간이 많으니까 이것저것 요리도 해볼까 한다. 전자저울 같은 것을 사서 제빵에도 도전해 보려고 생각 중이다.

무엇보다 몸이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행히 검사 결과, 나는 몸에 그토록 소홀했음에도 아직 건강하다. 그러니 이 건강을 잘 지키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입대가 6개월 늦춰졌고, 그만큼 제대 후 인생 6개월을 손해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인생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 앞에서 자르나 뒤에서 자르나 매한가지다. 27세의 6개월은 손해 봤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젊은 23세의 6개월을 얻었으니 아쉬워 할 것은 없다.

다시 한 번 후회 없이 놀고, 앞으로 블로그에 좋은 글들을 많이 남기겠다. 그렇다, 이 시간은 정말 ‘글을 쓰기 위해’ 주어진 시간인 것 같다. 대학 생활 동안 너무 좋은 책들을 많이 읽었다. 꾸준한 독서를 통해 쌓은 지식들을 차분히 정리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늘 아쉬웠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지적 성장으로 충만하고, 심정적으로 안락하며 즐거운 생활을 보내겠다.

2009/10/11 03:47 2009/10/11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