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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해가 길어지고 있다. 동지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연의 성실함에는 언제나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지구는 1분 1초도 쉬지 않고 자전을 하기에, 지구 위의 만물은 언제나 새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이 세상에 빛을 가져오고자 하는 자라면, 그처럼 쉼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엄동설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계절이다. 이처럼 추위가 혹독하고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다. 이 혹한에도 굴하지 않고 미끄러운 도로도 개의치 않으며, 나는 30분짜리 논어 수업을 들으러 공주까지 갔다. 오가는 데에만도 1시간. 혼자 공부하는 것에 비해 뭐 그리 대단한 거 배운다고 이렇게까지 고생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곳에는 나의 스승이 계시다. 스승의 존재만으로도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끈기가 생겨난다. 매주 수업이 없었더라면, 한문으로만 쓰인 논어를 이만큼이나 읽을 수 있었을까? 지난주에 이어 계속 이인(里仁)편을 공부했다.

원래 어제가 바이올린 레슨을 받는 날이었는데 선생님 사정으로 레슨 시작 1시간 전에 취소, 대신 오늘 레슨을 받기로 했다. 논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연습실이 있는 유성으로 향했다. 목요일 저녁이면 으레 연습실 근처의 도시락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재빨리 식사를 마친 후 연습실에 올라가 바이올린 연습을 1시간 정도 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도착했다. 칼 플레쉬 A 마이너 음계를 연습하고, 브루흐에 집중했다. 내 바이올린 브리지가 기울어진 것 같다고 했더니, 상태가 너무 안 좋다면서 아무래도 브리지를 바꿔야 할 것 같단다. 그러고 보니 악기를 산 후로 브리지를 교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브리지는 선생님이 내 악기를 직접 들고 가서 잘 아는 악기점에 맡겨 교환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에는 서울에 빈손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바이올린 레슨이 끝나고 운동을 하러 갔다. 스케줄이 하나 겹쳤을 뿐인데, 새삼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하고 사는지 실감했다. 가뜩이나 기진맥진한데 관장님은 오늘따라 또 미트를 대준다. 딱 한 라운드만 뛰었는데 이 혹독한 겨울날에 땀을 쫙 뺐다. 그래도 미트를 쳐야 운동한 것 같은 느낌이 나기는 한다. 개운하다.

2013/01/04 01:45 2013/01/0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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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지각이라는 것과는 별로 인연이 없는 사람인데, 요즘에는 수시로 지각 출근을 하고 있다. 하늘을 원망해서 무엇 하겠느냐마는, 올해의 잦은 폭설은 정말 짜증을 돋운다. 작년에는 눈 때문에 지각한 날은 없었던 것 같은데.

남대문 형제상회에 술 몇 병을 주문했다. 칵테일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에는 들여야 되는 비용이나 시간이 부담스러워 마음을 접었지만, 사람들에게 만들어줄 수 있는 재밌는 칵테일 몇 종의 레시피를 아는 것, 그리고 알코올음료를 별로 좋아하진 않아도 개중 취향에 맞는 술 몇 종류를 방에 갖추어 놓는 것 등은 또한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는 방식이 아닌가.

I ordered a bottle of Grand Marnier alias Cordon Rouge(meaning "Red Ribbon"). It is a luscious liqueur which is made from Cognac and distilled essence of orange. This one is my favorite among various lique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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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창고

2013/01/03 01:03 2013/01/03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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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하신년(謹賀新年).

明けましておもでとうございます。

新年快?。

Happy New Year!

Felice Anno Nuovo!

Ever-living fire in my mind gives me the indomitable courage. My great morale comes from the dauntless morality. I hear the voice of Universe, or whisper of God, saying to me what my vocation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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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1 23:29 2013/01/0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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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Christmas day, I went to a party. The host was Lt. Koo. He invited me and two ladies who are musicians. Both are in orchestras. One is a cellist and the other plays the viola. I thought we would drink red wine and talk about music all night long, but what I found on the table were bottles of vodka, whiskey and rum. We drank a lot and got quite drunk. But also we had listened to a lot of music and shared our feelings.

Next day, I suffered from an awful hangover.

내가 이번 주 무엇을 했더라?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지경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도서관에 갔었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문을 연 도서관이 없어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카페에 들어가 책을 읽었다. 믿었던 카이스트 도서관마저 배신을 했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의 도서관이 문을 닫다니. 크리스마스 파티 날, 나는 구 중위 집에서 신세를 졌다. 아무리 취해도 출근만은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선배를 '집에 놔두고' 나 혼자 출근해야만 했다. 그날 저녁 사무실 회식이 있었다. 술자리가 펼쳐졌지만, 나는 바이올린 레슨을 핑계로 한 시간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레슨은 브루흐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은 공주로 논어 수업을 들으러 갔다. 웬 젊은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어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옆에 앉아 슬쩍 들어보니 주자의 '대학장구서'를 배우고 있었다. 이인(里仁)편의 첫 다섯 장을 공부했다. 이후에는 바이올린 연습 그리고 복싱. 운동하러 갔더니 마침 사람들이 체육관 문을 닫으려는 참이었다. 여기도 연말 분위기를 내는지, 관장이 술 한 잔 사겠다고 했다나. 문단속을 떠맡고 사람들을 보내줬다.

내일은 베토벤 9번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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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8 02:19 2012/12/28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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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화이트 크리스마스로군. 이브의 자정을 넘길 때, 나는 친구들과 술 마시러 놀러나간 와이프에게 버림받은(?) 36살의 아저씨와 함께 편의점 앞에 서서 음료수를 나눠 마시며 펄펄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았다. 막 운동을 마치고 나와 땀에 젖은 머리카락 위로 눈이 내렸다. 어쩌면 김이 나지 않았을까?

내 바이올린 연습실 위층은 영화관이다. 평소 때는 사람들이 그리 많이 찾지 않는 허름한 영화관이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답게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가끔 영화를 보기 위해 찾는 곳에 이렇게 연습실을 두고 있는 것은 마치 나만의 아지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썩 괜찮은 느낌이다. 이 연습실을 사용한 지도 1년이 다 되었는데, 그동안 나는 이곳에서 영화를 딱 한 번 봤다.

크리스마스이브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도서관에도 나갔다. 월요일의 무거운 피로를 이기지 못 하고 많이 졸기는 했지만, 가끔 도서관 서가에서 뽑아 한 챕터씩 읽고는 했던 가벼운 추리소설 한 권을 끝냈다. 그리고 '문명의 공존'을 공부하는 자세로 꼼꼼히 읽고 있다.

과장이 바뀌었다. 전 과장님은 내 능력을 알아보고 나를 아껴준 사람이었다. 서울로 가셨으니, 나중에 한 번 찾아뵈어야겠다. 이곳에서 나의 시간은 점점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Who could ever deceive oneself? Conscience is the heaven's eye that watches on you. There is nowhere to run or h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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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5 02:13 2012/12/25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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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바쁜 한 주였다. 목요일 아침,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국방장관과 일본 대사 접견에 통역으로 들어갔다가, 일 끝나고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동기와 같이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 대전으로 내려와 다시 차를 타고 공주로. 잠깐 논어 수업을 듣고 나서 선생님을 모시고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다. 연말이기도 하거니와 나를 공주의 한문 선생님에게 소개시켜준 사형(師兄) 구 모 중위가 이달 말에 제대를 하기 때문에 사은(謝恩)의 의미로 둘이서 선생님께 저녁을 대접하기로 했던 것. 식사 후에는 유성으로 가서 바이올린 연습을 1시간 하다가, 다시 구 선배의 연락을 받고 충대 인근의 궁동으로 가서 충남 도립교향악단 첼리스트,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안디 무지크의 비올리스트와 어울려 술자리를 가졌다.

금요일 저녁에는 서울 공군회관에서 공군 참모총장 주관 통역장교 격려 행사가 있었다. 사실 내가 낄 자리가 아니었지만, 꼬인 일이 있어서 어깃장 좀 놓아주려고 다녀왔다.

토요일에는 이탈리아어 수업. 벌써 이탈리아어 공부를 시작한 지도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모처럼 토요일 오후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몇 주 만인지 모르겠다) 집에서 푹 쉬었다.

크리스마스 때는 집에 올라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2012/12/23 23:49 2012/12/2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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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에서는 ‘부흥’이나 ‘쇠퇴’라는 한 단어로 정리되어버리는 시대가 실제로는 50년이나 100년에 걸쳐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시간은, 그 시대를 살았던 한 인간의 생애 대부분 혹은 전부에 해당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최고 전성기를 살았던 레오나르도 브루니는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넘치는 자긍심으로 ‘피렌체 찬가’를 썼다. 그러나 그보다 딱 100년 뒤에 태어난 마키아벨리는 주변 강대국들에게 처절하게 유린당하는 이탈리아를 보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를 지었다. 이렇게 보면 과거 수천 년 역사의 흐름을 꿰뚫는 지성인도,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라는 감옥에 갇힌 나약한 수인(囚人)에 지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역사의 흐름은 때로는 너무나도 완만하기 때문에,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의미와 마주하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고통을 참아내면서 이 순간도 역사의 한 과정임을 이해할 때에, 비로소 이 역사적 시간에 내던져진, ‘나’라고 하는 한 개인의 존재와 그 의미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다. 바로 이 시대, 바로 오늘, 바로 지금, 바로 이 공간과 나의 만남이 갖는 의미를. 우리는 시대에 갇히고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 가능성으로서 잉태되어 있는 것이다. 시대는 역사적 개인이 걸어가야 할 저 떳떳한 대로(大路)를 향해서 거대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그 길로 들어서는 인간은 모두 죽을 것이나, 역사는 이어질 것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다. 나는 당신을 존중한다. 당신은 당신 나름의 방식으로 당신이 짊어진 사명을 수행하겠지. 60세의 당신은 이제 남은 인생을 국민을 위해 바치겠다고 말했다. 아마도 지금 27살인 나는 당신보다는 더 오래 살 것 같다. 나 역시 나의 시간, 나의 능력, 나의 육체를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위해 바치겠다. 나는 당신보다도 더, 어쩌면 다른 그 누구보다도 더 이 나라를 사랑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은 이 나라의 이름이 아니라, 바로 이 나라의 사람들이다. 나와 나의 세대는 당신과 당신의 세대가 만든 세상을 산다. 그러나 나의 손자손녀 세대의 사람들은 나와 내 세대가 만든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불과 한 두 세기 안에 우리 모두는 다시 책에 기록된 단 한 줄의 역사 뒤로 숨게 되겠지만, 우리가 이 시대를 밝히는 데 썼던 정의로운 정신의 횃불은 다시 후배들의 손으로 건네져 언제까지나 이 땅위의 사람들 앞에 바른 길을 밝혀 줄 것이다. 잊지 말기를! 시대는 누군가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들면, 누군가로 하여금 그것을 지켜보게 만들고,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나를 역사가로 만들었다는 것을!

2012/12/20 01:41 2012/12/2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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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컨디션 난조는 오늘까지 이어졌다. 도서관에 나가 두 시간을 앉아있었는데, 절반의 시간은 졸면서 보낸 것 같다. 이처럼 활력이 떨어졌을 때, 의지마저 쇠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런 때일수록 생활의 리듬을 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연습실로 가서 바이올린 연습을 시작했다. 차분하게 스케일을 연습하고 있으니, 기운이 조금씩 돌아오는 듯했다. 결국 두 시간을 채워 연습하고, 한 시간 집중해서 운동도 하고 왔다. 땀을 빼고 나니 기분이 훨씬 상쾌하다.

Read avidly and write constantly. People who do not read are superficial and who do not write have trouble in delivering their thoughts. Their minds are empty and talks are incoh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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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9 02:51 2012/12/19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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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장교들을 위한 회식. 논산까지 가서 고기를 먹고 왔다.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몸이 피곤해서 바이올린 연습만 하고 운동은 쉬었다. 이번 주는 잡다한 일로 바쁠 듯하다.

My time has not come, yet. I'm not waiting for the wind to take me to higher and farther places. I'm biding my time to turn myself into the st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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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8 01:15 2012/12/18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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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이다.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무엇보다 하루를 차분히 정리하며 일기를 쓸 여유가 절실하다.

Today I cast an absentee ballot. Whoever wins the election, that is a choice of people. Anyway the history will l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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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01:50 2012/12/14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