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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마지막 강의 다음날. 인생의 다음 단계를 위한 시험을 하루 앞둔 날.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하루. 낮에 잠깐 광화문 교보 문고에 들렀다가,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러 갔다. 베토벤 7번의 군데군데에 대해 질문을 좀 하고, 아델라이데 콘체르토 위주로 레슨을 받았다. 각종 시험과 이집트 여행 관계로, 한 달간 레슨을 쉬기로 했다.

이 가슴의 공허함을 안고서 한 평생을 살아가야겠지. 장대한 인간의 역사에서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란 덧없이 짧은 것이지만, 그것을 살아내야 하는 개인에게 있어 삶이란 버거운 과업인 것이다.

2009/06/13 02:15 2009/06/13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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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아프리카로...

2009/06/12 04:09 2009/06/12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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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 11월에, 오사카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4학년생 멤버들이 모여 4回生オ?ケ(4학년 오케스트라)를 한다고 한다. 2006년 10월, 나는 오사카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입단했다. 그곳은 내 음악 생활의 원점 같은 곳이다. 입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오케스트라 전체 합숙 훈련에 따라가게 되었다. 이 오케스트라는 입단을 하더라도 실력에 따라 첫 한 두 학기 내에는 연주에 서지 못 할 수도 있다. 나는 실력 미달에, 그나마도 학기 중간에 불쑥 나타난 존재라 당연히 연주회 참가 대상이 아니었다. 바이올린 파트의 고토, 츠카모토, 테라노 등을 비롯하여 1학년생들 중 꽤 많은 수가 그렇게 연주회 참가 대상이 아니면서도 합숙 훈련에 따라가는 처지였는데, 이 합숙 훈련이라는 것이 철저히 정기 연주회를 대비한 훈련이라, 연주회에 서지 않는 사람들은 훈련 기간 내내 무료하다. 무료함도 달랠 겸, 그리고 초심자들은 실력 향상도 도모할 겸, 캠프 때는 1학년들만으로 이루어진 ‘1학년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그리 어렵지 않은 곡을 연주했다.

그때 연주했던 곡이 베토벤의 피델리오 서곡과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 서곡이었다. 당시 나는 도저히 두 곡을 모두 준비할 실력이 안 되어서, 베토벤의 피델리오 서곡 연주에만 참여했다.

이 1학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나고 이어진 것이 바로 4학년 오케스트라였다. 이제 졸업을 앞둔 4학년생들로만 이루어진 미니 오케스트라. 과연 지난 수 년 오케스트라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멤버들이라 1학년 오케스트라와는 풍기는 오라부터가 달랐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1학년 오케스트라들 사이에서는 거의 전설의 멤버였던 오자와, 히가시, 마츠바라 등 선배들도 아마 이때 연주에 참여했을 거다.

이것도 벌써 3년 전 이야기이다. 3년 전 1학년 오케스트라를 했던 이들, 4학년 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를 감탄하며 바라봤던 이들이, 이제는 4학년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보다.

고토는, 혹시 가능하면 11월에 일본에 와서 함께 연주하지 않겠느냐고 제의 해 줬지만, 일이 예정대로 술술 풀리면, 난 그때쯤 입대하여 한창 훈련을 받고 있을 것이다. 일단 입영하면, 중간에 탈영이라도 해서 일본으로 밀항하지 않는 한 연주는 어림없는 얘기다. 사관후보생 선발 시험에 낙방하거든, 그때는 주저 없이 가겠지만 말이다.

나는 과거를 추억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아니다. 언제나 과거 보다는 현재가 중요하고, 추억에 잠기기보다는 미래에 대해 꿈꾸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오사카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는, 이따금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그리운 존재다. 내 음악 생활의 원점이자, 어쩌면 지금까지도 오케스트라를 지속하고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이끄는 에너지의 원천일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나도, 일본에서의 시절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 때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2009/06/09 04:49 2009/06/09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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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니아의 가을 정기 연주회를 향한 3개월의 여정이 시작됐다. 지난 번 향상 음악회가 끝난 자리에서, 가을 정기 연주회의 메인 곡이 발표되었다.

베토벤 교향곡 제7번.

지난 연주회 때 말러 1번을 연주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고 있노라면 거기에는 어떤 확신 같은 것이 느껴진다. 베토벤의 교향곡들은 대체로 특정 악장이나 초반에 어떤 음울함, 절망 같은 것이 짙게 배어있지만, 반드시 어느 순간 그것을 극복하고 환희를 향해 나아간다. 그 예정된 클라이맥스를 향해 고집스럽게 나아가는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끝없이 오만하고 자신감에 넘쳤던 베토벤의 인생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반면 말러의 음악에서는 그런 확신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말러 1번은, 절망과 희망이 수차례 교차하며, 천국의 정경과 지옥의 참경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곡은 분명 ‘승리의 팡파르’를 울리며, 절망과 비애를 떨쳐내고 환희 속에서 마감한다. 그러나 그런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번민과 부침 속에서, 연주자도 청중도 그 종국을 가늠할 수 없다. 이 나약하고 가냘픈 영혼이 끝내 구원을 얻게 될 것인지! 평생을 광기와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죄책감 속에서 좇기 듯 살아야 했던 말러의 음악이, 의지와 확신으로 넘쳐났던 베토벤의 음악과 달리 회의와 번민, 갈등으로 가득하면서 그러나 끝내 포기할 수 없는 한 줄기 희망을 그러안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베토벤의 음악은 기분이 좋다. 그리고 명쾌하다. 그의 음악에는 우리 모두를 이끌고 가는 어떤 힘이 있다. 대학 생활의 마지막, 유포니아에서 얻은 두 번의 연주 기회에 말러를 만나고 또 베토벤을 만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베토벤 7번은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오프닝 곡이자 가장 중요한 메인 곡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클래식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다. 이 곡은, 드라마의 마지막 편에서 S 오케스트라의 멤버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터닝 포인트로 삼고 연주하는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대학 생활을 정리하는 마지막 연주회이니, 내게도 끝이자 시작인 곡이 될 것이다.

연습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하여 거의 저녁 6시까지 이어졌다. 첫 연습임에도 불구하고 전 악장을 모두 연주했다. 나는 제2 바이올린인데, 박자 세기가 어렵다. 그러나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음치이며 박치인 내가 지난 3년 9개월 동안 바이올린을 연습하며 그나마 음정은 그럭저럭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박자와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할 때인 듯하다.

한 가지 걱정이라면, 기말고사 이후 본격적으로 연습이 시작될 때에 나는 대학 시절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집트 여행을 다녀오느라 연습에 많이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행 전에라도 미리미리 연습을 해 두어야겠다.

오늘, 비록 첫 연습이라 호흡은 엉망이었지만, 그나마 소리가 좀 맞았던 2악장을 연주할 때에는 소름이 돋는 듯했다. 이 생생한 감동을 가지고, 연주회 날까지 연습에 매진하겠다.

2009/06/07 03:28 2009/06/07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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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즈키는 그만 하고, 곡 들어가죠. 다음 시간에 모차르트 아델라이데 콘체르토랑 비오티 23번 악보 사오세요.”

긴 시간이었다.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3년 9개월. 드디어 ‘스즈키 교본’을 졸업했다. 뭐 말이 졸업이지, 전 10권의 교재 중 7권까지만 했고, 그나마 7권까지의 곡들을 모두 제대로 켤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니까.

스즈키 교본으로 보는 나의 바이올린 레슨 연대기


스즈키 교본들 그리고...

2009/06/02 02:54 2009/06/02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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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생신이라 대구에 다녀왔다. 가족은 토요일에 미리 내려가고, 나는 동아리 행사 때문에 일요일 아침에 내려가 점심만 함께 하고 다시 올라왔다. KTX 덕분에 전국이 한나절 생활권이 된 것은 분명 해 보인다. 다만 비좁고 딱딱한 좌석, 심지어 주행 방향과 반대로 놓인 역방향석 등을 보면, 대체 왜 KTX를 이따위로 디자인했는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KTX에 역방향석을 설치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좌석 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보통 전차의 좌석에는, 언제든 전차가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회전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그런데 의자를 회전시키려면 의자와 의자 사이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아마 KTX의 도입자들은 그 공간이 너무 아깝게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장차 외국인들이 한국의 KTX를 이용함에, 대체 왜 역방향석이 있는 거냐고 묻는다면, ‘표 더 많이 팔려고’라는 치졸한 경제적 구실을 이유로 댈 수밖에 없을 테니 얼마나 씁쓸한가. 이 나라의 윗사람들은 도무지 심미적 감수성이라는 게 없다. 게다가 요즘은 KTX가 거의 매 10분마다 있다. 이렇게 차가 자주 있는데, 그깟 실내 좌석 수 몇 개 더 늘리는 게 그렇게 중요했을까 싶다. 이제 좀 치졸한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서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외할머니께서는 지난 2월에 심근 경색증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으셨다. 다행히 외삼촌이 신속하게 병원으로 모시고 갔고, 재빨리 수술을 받아서 지금은 쾌차하셨지만, 그 당시엔 걱정을 많이 했다. 엄마는 연락을 받자마자 부랴부랴 대구로 내려갔지만, 나는 오케스트라 캠프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떠나는 일본 여행 일정이 연이어 있어서, 전화 통화만 하고 직접 가보지는 못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욱 내려가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외할머니께서는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신 듯했다.

호텔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금호강이 바라다 보이는 카페에서 디저트를 즐긴 후,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이제 6월이다.

2009/06/01 02:33 2009/06/01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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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니아 향상 음악회가 열렸다. 단원들끼리 소규모로 그룹을 이뤄 평소 연주하기 힘든 실내악곡에 도전하는 자리다. 무슨 곡을 연주하든, 연습을 얼마나 하든, 자율에 맡겨지기 때문에 개중에는 정말 음악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하는 그룹도 있고, 단순히 친목 도모 차원에서 도전하는 그룹도 있다.

향상 음악회 참가를 망설이다가, 마지막 기회이니 그냥 놓쳐버리기에는 아까워서 동아리 내의 업무 그룹 중 하나인 ‘정보국(주로 동아리 홈페이지와 서버 관련 일을 담당하지만, 평단원들이 할 일은 거의 없다)’ 향상 팀의 초대에 덜컥 응해버렸다.

곡은 전에 밝힌 바 있듯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라장조. 난 무엇이든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응하는 성격의 인간이 아니라서, 기왕 하기로 한 것이니만큼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장교 시험을 코앞에 두고도 이번 한 주는 매일 학교에 나가 주로 바이올린 연습만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상블을 맞춘다는 것이, 내게는 영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저 메트로놈을 켜놓고 혼자 연습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손가락 굴리는 걸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의지하여 ‘합주’하는 것은, 오케스트라 연주에 두 번이나 참여하고서도 아직 어렵게만 느껴진다.

아무튼 내 성실성과는 별개로, 정보국 팀은 사실 ‘친목 도모’라는 목표에 충실해서, 음악의 완성도에는 크게 집착하지 않았다. 곡 자체도 난이도는 매우 쉬운 편에 속했고, 우리는 몇 차례 모이지도 않았다. 연주자 전원이 모인 것은 연주 전 날이 유일할 정도. 그런데 참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향상 음악회에는 ‘시상’이 있다. 보통 유포니아의 선배 두, 세분을 심사위원으로 모셔 연주 평가를 받는데, 연주가 다 끝나면 이 분들이 연주에 대한 평과 함께 좋은 연주를 한 팀들에게 시상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 심사위원으로 모신 분 중 한 분이, 바로 유포니아의 창립자인 윤혜준 선배였다. 사실 이 분에 대한 호칭이 지금도 조심스럽고 어색한데, 나는 1학년 때 이 분의 음악사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윤혜준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자신이 창단했다는 ‘유포니아’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나는 연세대학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유포니아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당시 나는 막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무렵이었으므로, 감히 오케스트라에 들어간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지만, 대학생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가슴에 품었던 동경은 아마 오늘의 내가 있게 하는 데 크게 일조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몇 년이 지나 다름 아닌 그 오케스트라에 내가 속하게 되었으니, 사람의 일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아무튼 윤혜준 선배님을 비롯, 심사위원의 평가로 시상이 거행되었다. 사실 동아리 내부에서 서로 친목을 다지고 즐기며, ‘가능하다면’ 실력 향상도 꾀해보자는 자리인 만큼 상을 받는다는 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고, 별 의미도 없다. 하지만 애나 어른이나, 대학생이나 직장인이나, 사소한 것이든 큰 것이든, 의미가 가벼운 것이든 중한 것이든, 상을 받아서 기분 좋아지지 않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도전 팀들 중에는 간혹 노골적으로 상 욕심을 드러내는 팀도 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정보국 향상 팀이 금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금상은 대상 바로 아래 상이다. 심사위원의 평은, 음악적 완성도도 높고 팀워크가 잘 이루어졌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벼락치기 팀이나 다름없었던 정보국 팀이 ‘팀워크’를 논할 자격이나 되나 싶었지만, 주어진 시간과 멤버들의 실력에 적절한 곡을 선정하여 무난한 연주를 해 낸 것이 평가를 받은 것 같다. 물론 난 실력면에서 ‘프리 라이더’에 가까웠다고 생각하지만.

윤혜준 선배님의 ‘앙상블에 대해 생각해 볼 것’들에 대하여 꽤 길게 언급 해 주셨는데, 다 새겨들을 만한 것들이었다. 과연 연주 그룹에 있어 ‘리더’는 존재하는지. 만일 리더가 존재한다면 항상 한 사람이 리더인지, 혹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연주에 무게 중심이라는 것이 있는지. 과연 무게 중심은 항상 리더에게 위치하는지.

동양 사상에서 예(禮)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분별을 위해 존재하고, 악(樂)은 사람과 사람을 화합하게 만든다고 여긴다. 그런데 화합하는 방식에도 또한 예(禮)가 존재하는 것 같다. 예를 준수하여, 서로의 역할을 잘 분별하고 옳은 방식으로 기여를 해야만 진정 화합하는 악(樂)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번 향상에 참여함으로써 남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알게 된다는 이치를, 조금이나마 깨칠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이었던 것 같다.

2009/05/31 03:52 2009/05/31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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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가고, 새로운 세대가 낡은 세대를 대신한다.

세상은 늘 변해왔다. 그 의미를 아는가? 곧 우리는 또다시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책임을 안게 된다. 그리 멀지도 않은 훗날, 변화의 동력을 상실하고 완전히 멈추어버린 세상 속에 놓인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때에는 누구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2009/05/26 05:23 2009/05/26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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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본 TEPS 성적이 나와서(859점) 123기 공군 사관후보생 모집에 지원했다. 일단 지원 자체는 인터넷으로 할 수 있어서 매우 간단. 몇 가지 추가적으로 구비해야 할 서류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일단 필기시험 당일 시험장으로 가져가 제출하면 되는 모양이다.

모집 계획을 읽어보니 ‘어학우수자 별도 선발’이라는 게 있었다. 영어 어학우수자의 경우 TEPS 성적이 828점만 넘으면 일단 지원 자격은 되지만, 요즘에는 유학생, 귀국 자녀를 비롯하여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은 차고 넘치므로, 내 실력 정도로는 어림없을 듯하여 단념했다. 대신 아무런 실력 증빙 자료를 요구하지 않는 ‘일본어 어학우수자’ 전형에 지원했다. 물론 일본어 잘 하는 사람도 많고 많지만, 밑져봐야 본전 아닌가.

전형 방식을 잘 보니, 우선 6월 13일에 전체 지원자의 필기시험이 있고, 며칠 뒤인 6월 17일에 특별 전형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어학능력 테스트가 있다. 별도 선발에 지원하더라도 일반 지원자 자격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설령 어학우수자로 선발되지 못 하더라도 그로 인해 받게 되는 불이익은 없다.

전형 방식은 작문/번역(40%), 듣기(20%), 통역(40%)으로 되어있다. 듣기와 통역은 자신 있는데, 작문은 한자 쓰기가 약해 걱정이다.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일본어로 글 쓰는 훈련을 해둬야겠다.

2009/05/25 02:46 2009/05/25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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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art Divertimento no.1(2?) in D Major 1st mov. (K136)

이번 유포니아 향상 음악회에서, 정보국 팀이 연주할 곡.
난 참가할지 말지 아직 확실히 결정하지 않았지만, 거리 연주회도 놓쳤으니 이거라도 해볼까 생각은 하고 있다.
이래저래 마지막이 될 테니까.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라 장조는 워낙 유명한 곡이긴 한데, 이게 디베르티멘토 1번인지 2번인지 불분명하다. 나는 이 곡을 1번으로, B flat Major를 2번으로 알고 있어서, 2번의 1악장을 연주한다길래 안단테를 연주하는 줄 알았더니, 이 곡이었다. 구글 등에서 Divertimento no1으로 검색 해 보면 대체로 K136번이, Divertimento no2로 검색하면 K137번이 뜨는데 네이버에서는 디베르티멘토 1번으로 검색하든 2번으로 검색하든 K136번이 뜬다. 자세한 내막은, 나도 모른다. 모르겠으면 무조건 쾨헬 번호와 조로 적으면 그만이다.

지휘자가 메누힌...

오늘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이것도 이름과 그 지칭하는 대상이 종종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까르보나라'라고 하면 계란과 치즈를 이용해서 만든 요리를 가리키는 말로, 꼭 스파게티에만 한정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베로나 노천 레스토랑에서 '까르보나라'를 주문했을 때 나온 '계란 토핑 피자'를 보고 얼마나 황당했었는지...

그리고 이탈리아의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는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크림 스파게티와 유가 다르다. 만드는 방법부터가 느끼한 생크림을 들이붓는 것이 아니고, 계란과 파마산 치즈만 섞어 차게 식혀두었다가 막 삶아낸 뜨거운 스파게티 면과 바로 섞은 다음 여기에 올리브 오일에 볶은 베이컨을 토핑해서 완성시키는, 즙(汁)이 거의 없는 스파게티이다.

피렌체의 허름한 파스타 집에서 주문한 까르보나라는 누렇고(계란 노른자 때문에), 크림이 없고, 면이 딱딱한 스파게티였다.

진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는 처음 시도한 것이었고, 베이컨이 다 떨어져서 냉동실에 남아있던 닭 가슴살로 재료를 긴급 대체해서 만든 어설픈 작품이었지만, 맛은 괜찮았다. 조리법도 간단하니, 자주 해 먹을 수 있을 듯하다.


2009/05/21 01:15 2009/05/21 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