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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기에서 멈추겠다. 내 인생에서 어떤 부분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윤회(輪廻) 같은 것은 더더욱 믿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다음 생애’라는 것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었더라면, 지금 현재, 이 순간을 살고 있는 나의 삶의 방식이 달라졌을까? 무한하게 주어지는 시간에 만족하며 지금보다 훨씬 나태한 삶을 살았을지, 아니면 다음 기회라는 것을 믿고서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친 짓들을 감행했을지?

“Fate and temperament are two words for one and the same concept(from Demian by H. Hesse).”

아마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나의 타고난 기질은, 이렇게밖에는 살 수 없도록 나를 운명 지었다. 나는 현재의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기보다는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 ‘다음 생애’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래서 나의 영혼이, 비록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잊어버리더라도 먼 훗날 새로운 육신에 깃들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면, 나는 이번 생애동안 내가 쌓을 선업의 대가로 다음 생애에서도 지금과 같이 아주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나게 되기를 바란다. 다만 그 인간은, 자신보다 운명의 호의를 덜 입은 자들에 대한 공적인 책임감을 잊지는 않으면서도, 자기 외적인 세계의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덜 민감하고,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는 조금 더 민감하며,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고 한 사람에게 온전히 사랑받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History, my only consolation.

Future, my sole hope.

Yet, love, my one and only dream, indeed.

2013/01/24 02:21 2013/01/24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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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왕래가 잦으면 곧 다니기 편한 길이 생기는 것처럼,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생활은 몸이 따르기 편한 습관을 낳는다.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면서도 일정한 성과를 내는, 가장 효율적인 생활 방식인 듯하다. 점점 수면 시간이 줄어 평일에 자는 시간은 거의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 하루 4시간 이하로 잠을 자는 사람) 수준에 근접했지만, 그래도 생활은 유지된다. 하지만 난 태생적인 쇼트 슬리퍼는 아니니까, 건강을 생각해서 최소 5시간 정도는 자려고 한다.

오늘은 헤밍웨이의 ‘For Whom the Bell Tolls’ 가운데 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하나.

Vamos, I'm not ugly. I was born ugly. All my life I have been ugly. You, Ingles, who know nothing about women. Do you know how an ugly woman feels? Do you know what it is to be ugly all your life and inside to feel that you are beautiful? It is very rare."

I also was born ugly. Yet I have done nothing to adorn myself through whole my life. People often say the inner beauty is more important than the outward appearance. However, is it fair wishing to be judged by one's inside while judging others by the way they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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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3 02:15 2013/01/23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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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지 말라. 시대가 암울할수록 멋지게 죽을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은 법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죽음. 뒤에 오는 자들에게 삶의 표상이 되어 주리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내게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 11:28).”

The sky was low, dark, and sprinkling raindrops. When clouds blot out the sun, the whole world is shrouded by shadow. However, at the moment of a thin beam breaks through the thick clouds, the darkness shall not overcome the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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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2 02:52 2013/01/22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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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 중에 칠조개(漆雕開)라는 사람이 있었다. 공자가 보기에 칠조개의 학문이 상당히 깊어졌으므로 그에게 벼슬길에 나갈 것을 권하였다. 그러나 칠조개는 “아직 그 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사양하였다. 공자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였다.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비록 성인의 눈조차 속일 수 있을 정도의 재주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자기 안의 한 점 부족함마저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지위나 명예, 남들의 인정 따위에 연연할 까닭이 없다. 장차 그가 어디까지 도달하게 될지 헤아릴 수도 없으니!

이미 그대는 남산의 푸른 대나무와 같다. 인위적으로 다듬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곧게 자라나고, 잘라서 쓰면 그대로 가죽도 꿰뚫을 수 있다. 그러나 끝을 잘 다듬어 날카로운 촉을 달고 깃털로 꼬리를 만들면 그 가죽을 꿰뚫는 깊이가 훨씬 깊어질 것이다. 겸손해라. 그대가 못났기 때문이 아니라, 장차 훨씬 더 큰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What would be the pleasure of the sun if the sun has nothing to shine? Thus a superior man should be the light that enlightens others. First, fill up thy honey barrel. Thy time to share it with the people will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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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8 02:24 2013/01/18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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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I woke up, it was 7:50. I thought I was going to be late, but barely managed to arrive at the office on time. The books I ordered arrived. They are Les Miserables by Victor Hugo, and Death on the Nile by Agatha Christie. Agatha Christie's book is mom's req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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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련일이었지만 나는 운동을 나가지 않았다. 말년이라고 배짱을 부리는 건 아니지만, 해가 바뀌고부터는 하기 싫은 단체 운동에 억지로 참여한 적이 없다. 사무실에서도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다. 궂은 날씨 속에 땀 빼며 운동하는 대신, 나는 사무실에서 『논어』를 읽었다.

오늘은 원래 레슨을 받는 날이지만, 선생님 사정으로 어제 했기 때문에 저녁 때 좀 한가했다. 마침 지난 연말에 내가 베토벤 9번 연주회에 데려갔던 이석호 대위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오늘 저녁을 사겠다고 하기에 기꺼이 응했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석호 대위는 나이도 나와 같고 공사 생도 시절에 일본 방위대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도 있어서 여러 면에서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았지만, 같은 과에서 1년 넘게 생활했음에도 지금껏 사적인 얘기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었다.

예전에는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군대에 있는 모습을 보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군대에 남아서 이 조직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식사 후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좀 보다가 바이올린 연습을 하러 갔다. 연습을 끝내고 체육관에 가니 11시 5분. 관장님은 안 계셨다. 둘째가 태어나서 요즘 좀 일찍 들어가신다는데, 나는 관장님 얼굴을 본 지가 꽤 됐다.

2013/01/17 01:20 2013/01/1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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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인 활력이 몸을 지배하고 있다. 글쎄, 이럴 때일수록 몸을 사려야 할 것 같다. 정신은 피로를 모르고 일상은 습관을 따라가지만, 이러다가 어느 순간 몸져누울지도 모르는 거니까.

2013/01/15 01:18 2013/01/1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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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se days the Movie 'Les Miserables' often comes up in conversation. I saw the musical version of it twice. The first time was at the Broadway and several years later watched it again in Seoul when the Broadway theater visited. Although I haven't seen many musicals, I always have been thinking 'Les Miserables' is the best musical ever made. What makes this work so special? The songs are fantastic but sometimes they seem to be repetitive, and the performance on the stage is a little bit old-fashioned. However its story is immortal and this gives the eternal life to the musical.

Last Friday, I went to see the movie with 유희왕. It was her second time to watch it but after the movie ended she told me that she shed even more tears than the first time. I dropped tears at the last scene, too.

영화가 끝나고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던 우리는 근처의 일본식 주점에서 사케를 한 잔씩 걸치며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늘어놓았다. 방에 돌아오니 2시였다. 대충 씻고 눈을 좀 붙인 다음, 아침 일찍 일어나 고속버스터미널로 가서 서울행 버스를 탔다. 찾아보니 유투브에 레미제라블 뮤지컬 10주년 기념 공연 영상이 올라와있기에 음악을 들으며 잠을 좀 자보려고 했는데, 간밤의 감동이 되살아나면서 결국 한 숨도 자지 못 했다. 10시에 딱 맞춰 학원에 도착. 1시까지 이탈리아어 수업을 들었다. 과거시제 문장을 만드는 법을 배운 이후로 수업 난이도가 확 올라간 느낌이다.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벅찰 것 같다.

레미제라블 소설을 주문했다. 한국 출판사들은 무슨 대목이라도 만난 양, 5권짜리 양장본을 출판하는 등 난리를 치고 있는 모양인데 난 Penguin Books의 7,900원짜리 페이퍼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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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4 03:22 2013/01/1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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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et chinese interpreter officer today. I've heard of him many times but this was the first time to see him. Having dinner together, we chatted a lot.

일본어든 중국어든, 제2 외국어 통역 장교의 처지라는 게 비슷비슷하다. 서로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

내일 항공통제 부사관 제2외국어 특기자 면접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왔다고 하는데, 원래는 나도 호출 될 뻔했으나 일본어 지원자가 없어서 취소되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일본어는 확실히 하양세인 듯하다. 중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Since I had resumed exercise, I have a great appetite these days. It seems that I have gained some weight.

이래서야 운동을 하는 보람이 없군. 확실히 몸은 좀 더 개운하고 피로는 좀 덜 느끼지만.

나라고 어째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을까? 사실상 미래에 대한 모든 것은 예측 불가능이다. 그 혼돈 속에 질서를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르지. 지금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젊음뿐이지만 이것을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써야할 지도 알지 못 한다.

하다못해 나의 젊음이 산화되기보다는 차라리 핵분열을 일으키기기를! 먼 훗날 나는 늙어 빈껍데기가 되어버리겠지만 내가 이 세상에 쏟아 낸 그 뜨거운 에너지는 어떤 의미 있는 흔적을 인류의 역사에 새겨놓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하루하루 분망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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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9 02:14 2013/01/09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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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d my violin replaced its bridge. Now it sounds better, but what I sorely need is a good bow. The restorer told me that he could introduce me a craftsman in Cremona, so that I can contact with him when I get to Italy. He also intimated to me that the price of the craftsman's bow might be around 2,000 Euro. I'm not sure if can afford that much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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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8 01:01 2013/01/0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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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해가 길어지고 있다. 동지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연의 성실함에는 언제나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지구는 1분 1초도 쉬지 않고 자전을 하기에, 지구 위의 만물은 언제나 새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이 세상에 빛을 가져오고자 하는 자라면, 그처럼 쉼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엄동설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계절이다. 이처럼 추위가 혹독하고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다. 이 혹한에도 굴하지 않고 미끄러운 도로도 개의치 않으며, 나는 30분짜리 논어 수업을 들으러 공주까지 갔다. 오가는 데에만도 1시간. 혼자 공부하는 것에 비해 뭐 그리 대단한 거 배운다고 이렇게까지 고생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곳에는 나의 스승이 계시다. 스승의 존재만으로도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끈기가 생겨난다. 매주 수업이 없었더라면, 한문으로만 쓰인 논어를 이만큼이나 읽을 수 있었을까? 지난주에 이어 계속 이인(里仁)편을 공부했다.

원래 어제가 바이올린 레슨을 받는 날이었는데 선생님 사정으로 레슨 시작 1시간 전에 취소, 대신 오늘 레슨을 받기로 했다. 논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연습실이 있는 유성으로 향했다. 목요일 저녁이면 으레 연습실 근처의 도시락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재빨리 식사를 마친 후 연습실에 올라가 바이올린 연습을 1시간 정도 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도착했다. 칼 플레쉬 A 마이너 음계를 연습하고, 브루흐에 집중했다. 내 바이올린 브리지가 기울어진 것 같다고 했더니, 상태가 너무 안 좋다면서 아무래도 브리지를 바꿔야 할 것 같단다. 그러고 보니 악기를 산 후로 브리지를 교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브리지는 선생님이 내 악기를 직접 들고 가서 잘 아는 악기점에 맡겨 교환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에는 서울에 빈손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바이올린 레슨이 끝나고 운동을 하러 갔다. 스케줄이 하나 겹쳤을 뿐인데, 새삼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하고 사는지 실감했다. 가뜩이나 기진맥진한데 관장님은 오늘따라 또 미트를 대준다. 딱 한 라운드만 뛰었는데 이 혹독한 겨울날에 땀을 쫙 뺐다. 그래도 미트를 쳐야 운동한 것 같은 느낌이 나기는 한다. 개운하다.

2013/01/04 01:45 2013/01/04 0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