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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연습실에 바수니스트가 출몰하고 있다. 현재 실력으로 봐선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바순을 취미로 하는 사람은 '없고' 나이도 어려 봬는 것으로 봐서 뒤늦게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바순 선생님까지 출몰해서 쌍으로 바순을 부는 진기한 풍경을 목격 했다. 바순 연주도 아니고 바순 레슨이라니, 정말 희귀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어제까지 휴가였기 때문에 월요병은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나흘간의 휴식 뒤 출근에는 그런 만만한(일본어あまい에 해당하는 단어가 한참동안 생각나지 않았다!) 생각이 통하지 않았다. 지루하고 숨 막히는 근무 시간. 천근만근 피로. 방에 돌아와 그대로 쓰러져 눈을 붙였으나, 그래도 기어이 일어나 연습실로 가서 바이올린 연습 1시간 하고 운동도 하고 왔다.

역시 금, 토, 일, 월 나흘을 쉬었더니(물론 금요일에는 등산을 했지만) 몸이 무거워졌다. 잽이 이렇게 둔해지다니. 훅과 어퍼컷은 여전히 스피드보다는 자세에 중점을 두고 연습. 어느 새 복싱을 시작한 지 3달째를 맞이했다. 물론 첫 달은 1주일 나가고 말았으니 다닌 거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10월 한 달은 주 최소 3회 이상, 보통 4회 정도 꾸준히 나가 운동했다. 결과적으로 몸이 좀 가벼워졌고, 소화가 잘 된다. 적게 자더라도 훨씬 개운하다.

내일은 3주 만의 레슨. 하지만 회식이 있다는데! 이번에는 또 무슨 핑계를 대고 빠지나.

주말에 사진 찍으러 가고 싶은데, 또 산에 가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단풍도 이미 졌으니 서울 시내에 산책하기 좋은 길이나 좀 찾아봐야겠다. 이참에 오랜 숙원이었던 서울 역사 탐방이나 시작 해 볼까.

2011/11/09 01:06 2011/11/0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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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바이올린 연습

화요일, 오페라 감상 & 복싱

수요일, 등산 & 바이올린 연습

목요일, 복싱

내일은 내장산에 간다. 원래 4인 팀을 구성했지만, 한 명씩 탈락하다가 결국 나 혼자 남게 되었다. 모처럼 휴가를 냈는데, 낭비할 수 없어 혼자서라도 간다. 1주일 사이에 세 번째 등산이다. 나처럼 등산 싫어하는 사람도 드물 텐데, 그놈의 사진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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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새로 샀다. 뭣도 모르고 가벼운 런닝화 신고서 산에 올랐다가 발이 만신창이 됐다. 평소에 구두만 신고 다녔는데, 앞으로 이 신발 신고 부지런히 사진 찍으러 다녀야겠다.

2011/11/04 01:38 2011/11/0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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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역사와 문학만이 삶의 위안.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가 가슴 깊이 들어온다. 처음 들었을 때는 좋아할 수 없었는데.

지난주부터 바이올린 연습을 꾸준히 하니, 조금씩 소리가 나아지고 있다. 역시 시간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연습 시간을 조금만 더 늘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

복싱, 오늘은 드디어 훅을 배웠다. 팔의 각도가 직각이 되도록 하는 게 포인트.

40년쯤 살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깨달을 수 있겠지. 그런 인간들의 냉소주의조차 우리는 식견이라 인정 해 주어야만 하나? 세상은 변한다. 더 이상 세상이 변치 않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매일 죽기 때문이지.

2011/10/28 00:48 2011/10/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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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붕대

복싱 붕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바이올린 연습(레슨)과 운동을 빠짐없이 했으니, 성공적인 한 주였다고 할 수 있을까. 베토벤 소나타는 진도를 좀 더 나갔다. 예전에야 새로 곡 시작하면 배우지 않은 부분까지도 막 켜보고 그랬지만, 지금은 진도 나간 부분의 절반 연습하기도 벅차다.

체육관은 이번 주 들어서 갑자기 사람이 확 줄어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대학가 시험기간이라서 그렇단다. 체육관 바로 근처가 충남대학교다. 아마 운동하는 사람들 중에 충남대학교 학생이 많은가보다.

아무튼 한산한 체육관에서, 나는 여전히 땀을 흘리고 있다. 샌드백 치는 게 별거 아닌 듯 보였는데, 의외로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게 덜 힘들 거 같단 생각도 든다.

평일 평균 수면 시간이 4시간 정도다. 늘 일찍 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실행으로 옮기진 못 한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생활하다간 쓰러질지도…….



2011/10/21 01:44 2011/10/2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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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습실. 위치는 유성구 노은동. 씨네위라는 영화관이 있는 건물 6층. 좁은 복도를 통과하면 응접실 같은 공간이 있고, 거기에 방이 두 개 딸려있다. 그 중 작은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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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를 샀다. 착용만으로 전투력 +2의 느낌. 그러나 민첩성 -2. 하긴 나한테 더 마이너스 될 민첩성따위도 없지만. 그리고 드디어 샌드백 앞에 섰다! 지금까지 배운 동작들로 샌드백을 쳐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팔을 쭉 내뻗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샌드백에 파, 팔이 닿지를 않아……. 사람 패는 일도 쉽지는 않겠구나.

2011/10/19 02:03 2011/10/19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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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곧 할로윈이군. 사진은 오늘 업어 온 시그마 30mm 1.4f 렌즈로 찍은 테스트 샷. 이른바 ‘삼식이’라 불리는 이 렌즈를 중고 직거래로 구입해왔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퇴근하고 바이올린이나 복싱, 둘 중에 한 가지만 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이 두 가지를 다하려니 이거 보통 지치는 게 아니네.

레슨 선생님 연습실이 드디어 오픈해서, 레슨 및 연습 장소를 옮겼다. 대여료는 월 5만이었는데, 냉/난방비 감안해서 1만원 추가된 6만원으로 최종 합의. 그래도 전보다 2만원 저렴해졌다(복싱 회비 2만원 오른 것을 상쇄했다). 연습실은 좀 좁은 편이지만(물론 혼자서 연습하기에는 넓지만), 새로 인테리어를 해서 아주 깨끗하고 잘 꾸며져 있다. 다만 아직 페인트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 방은 일단 방음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 같긴 한데, 정말 밖에서 잘 안 들리는지는 모르겠다. 7층 건물의 6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7층은 영화관이다. 연습하는 곡은 여전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거듭 말하지만 이렇게 밝고 화사하고 부드럽고 톤이 아름다운 곡은, 나한테 안 어울린다.

한편 복싱장에서는 내일부터 샌드백을 치게 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말로, 글러브를 사야하니 돈을 내라! 이거도 돈, 저거도 돈. 다 돈이구나.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하니까 좋다.

2011/10/18 01:34 2011/10/1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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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다들 그의 죽음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하다. 그가 죽기 하루 전, 애플은 뭇 사람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아이폰 5 대신 아이폰 4S를 공개했다. 만일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 먼저이고, 그 뒤를 이어 혁신의 화신과도 같았던 잡스의 유지를 담은 것처럼 획기적인 아이폰 5를 내놓았더라면, IT 역사상 가장 뜨거운 드라마가 연출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애플은, 이미 4~5인치의 거대 액정에, 듀얼 코어를 탑재하고, 심지어 3G를 넘어선 4G의 기술력까지 탑재한 고성능 휴대폰이 즐비한 시장에, 기술적 차별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제품을 ‘신제품’이라며 내놓고 말았다. 사람들은 애플의 혁신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떠들었고, 이 섣부른 진단에 대해 차분히 되짚어 볼 여유도 없이 마치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스티브 잡스는 죽고 말았다.

앞으로의 시장 상황은 어떻게 전개가 될까? 나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경제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지만, 이런 분야에 대해서 도통 아는 게 없다. 어설프게 아는 척 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저 한 명의 소비자로서, 내가 새로운 휴대폰을 구매해야 될 시기에 이르렀을 때에 가능한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할 뿐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그가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시장에 내놓았을 때부터 어떤 지향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잡스는 항상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리고 단지 하드웨어의 성능을 읊은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그 제품으로 인해 초래될 세상의 변화에 대해 역설했다. 그런 점에서 잡스는 철학자이고, 그의 인생은 문학적이다.

나는 작년 7월에 삼성의 갤럭시 S를 구입했다. 구입한 지 6개월 만에 최신 휴대폰으로 교체 해 주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기회가 된다면, 나는 기꺼이 이 ‘낡은’ 기기를 보다 성능이 뛰어는 ‘새’ 기기로 교체할 것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스마트폰의 구성은 아이폰과 거의 다를 게 없고, 오히려 성능이 더 뛰어난 것들도 많다. 하지만 혹자는 그 수많은 ‘기계’들과 아이폰을 구별 짓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스티브 잡스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2011/10/07 00:08 2011/10/0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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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3주 연속 통역 임무를 마치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놀러 다닌 것도 아니건만 오랜만에 돌아온 사무실에서는 눈치가 보이고, 접수해야 할 문서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국방일보에는 또 내 사진이 실렸다. 정작 내 이름은 언급도 안 되지만, 사진만 보면 주인공이다.

지난 1년, 한국과 일본 양국의 공군 간 교류의 현장에는 항상 내가 있었다. 물론 내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대신해서 일을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안건의 발표가, 연회에서의 환영사가, 친선과 우의를 다지자는 결의가 모두 내 입을 통해 전달됐다. 물론 나의 이런 역할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아마도 단기 위관 장교로서는 부대 동정 사진에 가장 많이 얼굴을 내비치는 사람일 거다. 하지만 사진 아래에는 내 이름이 적히는 법이 없다. 대부분 사진의 정 중앙에 떡하니 서있지만,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내가 어느 부대의 누구인지 알 길도 없다. 국방일보 기사에, 각종 교류회의의 결과보고서에, 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지만, 그 기사와 회의록 안에 삽입된 인용구들은 대부분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이다. 내가 이해하고 해석하고 때로는 의미가 잘 전달되도록 가다듬은 문장들 말이다.

끊어질듯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의 끈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통역에 임하던 1년 전에 비하면, 이제는 졸면서도 통역할 수 있겠다 싶을 만큼 배짱도, 요령도 생겼지만, 여전히 통역 임무가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얼마나 많은 부담이 되는지는 통역 임무가 끝난 뒤에 밀려오는 피로로 짐작할 수 있다. 3주간의 통역을 끝낸 지금, 나는 한 달 동안 잠만 잘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통역은 시간이 긴 만큼 이동한 거리도 길었고, 방문한 지역도 많았으며, 무엇보다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에피소드들도 여럿 있었다. 군인은 언제 피를 흘려야 할까? 전장에서 척의 총탄에 맞았을 때? 아니다. 술에 만취해서 제 몸도 못 가누면서 기어이 2차로 유흥주점에 기어들어가 토하려고 화장실 찾다가 문에 머리를 들이받았을 때이다. 1년이나 2년, 또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과 술잔에 코를 박고 마시는 ‘물레방아 주’ 사이에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기막힌 꼴도 보지만, 실제 초음속으로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가 제작되고 있는 현장을 견학하고, 한국의 육, 해, 공 삼군이 보유한 모든 공중 전력이 총 출동하여 공중 퍼레이드를 펼치는 장관을 구경하기도 했다. 마음으로부터 감탄하게 되는 훌륭한 인물도 만나게 되고, 반면교사도 본다.

물론 통역을 할 때에는, 내가 제법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군 생활 중 가장 빛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일상에서 벗어나 특수한 상황 속에서 생활하다보면 다시금 생활의 안정을 바라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상으로 복귀하면 그 따분한 책상 앞에서 금세 일탈을 꿈꾸게 된다. 인간의 마음이란.

통역이 남긴 후유증의 하나는 체중의 급격한 증가다. 거의 움직임이 없는(이것도 힘들다) 상태에서, 힘겨운 정신노동. 저녁에는 호화스러운 만찬을 함께하고, 때로는 술도 마신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음식 섭취량에 대한 절제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주말에 집에서 쉴 때에는 과자와 음료를 끼고, 환자처럼 누워서 생활했다.

오늘 체육관에서 문자가 왔다. 재등록일이란다. 9월에 등록하고 첫 주 5일 운동하러 나간 뒤 차 엔진 폭발과 연이은 통역 업무 때문에 한 번도 운동을 나가지 못 했다. 바이올린도 사정은 마찬가지. 9월 달에는 연습실 대여료만 지불해놓고 거의 연습실을 찾지 못 했다.

이제 일상으로 복귀한다. 오늘, 머리도 깎고 모처럼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책도 읽었다. 그리고 밤에는 거의 한 달 만에 체육관을 찾았다. 그 사이 월 회비가 2만원 올라서 10만원이 되어 있었다. 줄넘기와 잽 연습을 십 여 라운드 하니, 다리는 후들거리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된다. 살을 빼고 말고를 떠나서 이렇게 땀을 흘리는 자체가 기분 좋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지난 주말에 새로 구입한 카메라로 술병 사진을 찍어본다. 썩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 어떻게 찍으면 좋을지 방법을 모르겠다. 하지만 조만간 술 관련 포스팅은 재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이다.

2011/10/06 01:14 2011/10/0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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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대전, 내 방이다. 공군대학을 방문하는 일정 때문에 대전에서 1박을 하는데, 대학 안의 숙소를 예약 해 주었지만 편하게 자려고 택시를 타고 방으로 와버렸다. 내일은 현충원을 들렀다가 오산과 서산을 방문하고 서울로 올라간다. 모레는 성남에서 헬기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내일 밤은 성남에 있는 내 집에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 성남 비행장까지야 금방이니까.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 방문단은 항공 자위대 간부학교에서 지휘막료과정을 이수 중인 영관급 장교들이다. 나는 명목상 이들의 인솔자인 간부학교 교장(중장)의 전담 통역이지만, 아무튼 50여 명의 인원과 함께 이동하는 것이어서 정신이 없다.

내 첫 통역이, 작년에 지휘막료과정 학생들이 수원 비행단을 방문했을 때 기지 안내 통역을 한 것이었다. 1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얘기다.

김해 기지에서의 환담은 무려 1시간 넘게 이어졌다. 50여명의 여권을 모두 수거하여 김해 공항으로 가져가 입국 절차를 밟는 동안 환담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의례적인 인사말이라도 오갔지만, 나중에는 이야깃거리가 떨어져서 일본 관광 가서 핸드폰으로 찍어온 사진까지 나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대전 가는 길에, 점심 식사 장소인 추풍령 휴게소까지 휴식 없이 달릴 예정이었는데 고속도로를 탈 때까지 길이 많이 막혀서 시간이 지체되자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칠곡 휴게소에 잠깐 멈추게 되었다. 한참 배고플 시간이었는데, 화장실만 이용하고 바로 출발하겠다고 하자 정말 놀랍게도 50여 명 중 단 한 사람도 편의점에서 우유나 커피 하나 사는 일 없이 딱 화장실만 이용하고 버스에 다시 탑승했다. 겉보기엔 한국군보다 훨씬 군기 없어 보이는데, 이건 일본인들의 천성인가?

추풍령 휴게소에서 먹은 음식은 갈비탕. 이곳 갈비탕이 맛있는 편이냐고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었다.

공군 대학 방문. 브리핑은 무난히 지나갔다.

이어진 만찬. 계룡 스파텔에서 뷔페식으로 준비했다. 공대 총장님은 부담 없이 마음껏 먹으라고 했지만, 난 접시 하나에 받아온 음식도 다 먹지 못 했다.

가장 어려운 통역은 사회자의 썰렁한 농담. 차라리 나도 “그냥 한 번 웃으십시오.”라고 통역하고 싶다. 대충 내가 웃으면서 통역하면 사람들도 웃어준다.

일본어 실력을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대통령 통역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자리만 있다면 통역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을 텐데.

2011/09/20 23:43 2011/09/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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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김해. 내일부터 시작될 통역 지원을 위해 하루 먼저 이곳에 도착했다. 대전 방에서 4시 반에 출발했는데 이곳 외래자 숙소에 들어온 시각은 9시 반. 중간에 저녁을 챙겨먹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결정적으로 부대 정문에서 숙소까지 걸어들어가야 할 줄은 몰랐지. 게다가 숙소 배정에 착오가 생겨서 30분 가까이를 휴게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정말 내가 이런 대우 받으면서 통역을 지원 해 줘야 하는 건지 회의가 든다. 차가 수리 중이어서 어제는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속버스가 고장났다! 버스는 안성휴게소에서 퍼져서 움직이지 못 했다. 기사는 차가 이상하다는 한 마디 말 외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여기저기 전화하고 우왕좌왕하며 난리였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록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승객들은 어느 누구 하나 불만을 제기하거나 심지어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결국 30분이 경과한 시점에서 더 이승 지체했다가는 내일 출근이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내가 기사에게 상황 설명을 요구하자 그제서야 몇몇 승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분통을 터뜨리며 성토를 쏟아냈다. 결국 성남에서 긴급히 출발한 예비 버스가 도착한 건 버스가 안성 휴게소에서 퍼진지 정확히 1시간이 경과한 후였다. 우여곡절 끝에 대전의 원룸에 도착한 시각은 밤 12시. 아침에는 이상하게 머리가 아프고 속이 좀 메스꺼워서 끼니도 거르고 출근버스를 탔다. 부대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토사곽란이 시작됐다. 아마 급체릉 했거나 어제 먹은 음식이 뭐가 안 좋았던 모양인데 빈 속에 위액만 나올 정도로 토하며 정신을 못 차렸다. 결국 아침 내내 업무는 하나도 못 보고 자료실 구석에서 의자에 앉아 쉬었다. 점심 시간이 선배 차를 얻어타고 계룡 시내로 나와 버스를 탔다.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리 맡겨놓은 차를 찾았다. 시험 운전을 해봤는데 엔진 상태가 정말 좋아졌다. 6개월 전에 완전 수리했을 때도 이렇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선 날림 수리를 한 것 같다. 아무튼 전에 비해 소음도 줄고 차 떨임도 잦아들었다. 뭐 내가 또 속아주는 거란 느낌도 있지만... 내일부터는 통역. 3박 4일 동안 김해 대전 서울 서산 성남 광주 진주를 방문하는 말도 안 되는 일정이다. 지금 몸 상태론 도저히 따라다니기 힘들 것 같은데 내일은 좀 나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2011/09/19 22:46 2011/09/19 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