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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스파링.

말이 스파링이지 복싱 숙련자에게서 ‘몸으로 배우는 레슨.’

엄청 푹신푹신한 글러브를 주기에 이 정도면 맞아도 안 아프겠다 싶었는데, 한 대 맞는 순간,

“아, 이건 아니다.”

그래도 처음 한 두 대 맞았을 땐 “그래, 맞더라도 들어가서 나도 때리자!”했지만, 세 대, 네 대 쌓일수록 움츠러들고 움츠러들수록 더 맞고, 얼굴 막으면 몸 맞고 몸 막으면 얼굴 맞고, 맞고, 맞고, 맞고…….

그야말로 ‘지옥에서 보낸 한철’ 아니, ‘지옥에서 보낸 2라운드.’

아, 관장님, 저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시려고 이런 시련을 내리시나이까.

오늘 스파링(?)은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 나, 앞으로 이 트라우마를 극복해 낼 수 있을까. 평생 싸움질 안 하고 살아와서 다행이다. 누군가한테 맞는다는 거, 이거 엄청 슬픈 일이다. 강자에게 짓밟히는 약자의 심정이란…….

운동 더 열심히 해야겠다. 요즘 좀 몸에 익었다고 설렁설렁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체력도 근력도 민첩성도 더 길러야지. 아, 이 저주받은 육체.

어쩌다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삐끗했다. 힘이 안 들어간다. 내일 바이올린 레슨인데, 활을 지탱할 수 있으려나. 가뜩이나 파워 보잉이 필요한 브루흐인데.

아, 아직도 골이 울리는 것 같다.

2012/01/18 00:44 2012/01/18 0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