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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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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 01:43 2013/04/0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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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초니에레 中 85번째 시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이상엽 역
                      

VERMEER, Johannes,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 1657, Oil on canvas, 83 x 64,5 cm, Gemaldegalerie, Dresden

나는 한결같이 사랑했고, 지금도 더없이 사랑하오,
또 그 사랑은 하루하루 더 커져만 가니
그 달콤한 곳, 사랑이 내 가슴을 옥죄어 올 때,
수없이 울며 돌아오는 곳이라오.

또한 나는 변함없이 그때, 그 순간을 사랑하오
볼품없는 모든 사념들까지 떠올리면서,
또 그 아름다운 얼굴은 그것을 더욱더
그 보기와 더불어 잘되도록 하는 마음을 내게 갖게 한다오.

하지만 이전에 그 누구인들 보리라 생각했던가?
내가 몹시도 사랑하는 이 다정한 적들이, 사방에서
모두 함께, 내 마음을 빼앗아가려는 것을,
사랑아, 너는 지금 크고 큰 힘으로 날 압도해 오는구나!

그러나 내 바람대로 희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 쓰러져 죽으리오, 살고자 하는 열망이 이리도 큰 때에.

2012/01/03 00:51 2012/01/0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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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영원히

Dante Gabriel Rossetti. Beata Beatrix. 1864-1870. Oil on canvas. Tate Gallery, London, UK

                                     괴테


이 지상의 울타리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이

신(神)들의 이름으로 부르는 고귀한 행복이란 것은

흔들리지 않는 성실한 화합(和合)과

의심할 줄 모르는 우정(友情), 그리고

고독하게 사색에 잠겨있는 현자(賢者)나

아름다운 심상(心像)에 잠긴 시인에게서만

불타오르는 빛이거늘-

그 모든 것을 내 최선(最善)의 시간에

그녀에게서 발견하여 나는 내 것으로 했으니.

2009/11/13 05:54 2009/11/13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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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豫感)

                          릴케


나는 원경(遠景)에 둘러싸인 깃발과 같다.

아래쪽에는 아직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지만,

나는 불어올 바람을 예감하고, 살아야 한다.

문은 아직도 조용히 닫혀 있고 난로에는 고요가 깃들어 있다.

창문은 아직 떨지 않고 먼지도 두텁게 쌓여 있다.



그때 벌써 나는 폭풍이 올 것을 알고 바다처럼 출렁인다.

나는 몸을 펴고, 자신 속에 빠져들고,

몸을 내던져서 완전히 홀로

세찬 폭풍 속에 있다.


2009/11/10 03:32 2009/11/10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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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모래 속에서 하나의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하나의 천국을 보며,

손바닥 위에 무한을 싣고서,

한 순간 속에서 영원을 느낀다.

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전조 中]


원어시 전문



사담

2009/07/16 22:31 2009/07/1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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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調歌頭

                        蘇 軾

明月幾時有
밝은 달은 언제부터 있었는가?
把酒問靑天
술잔을 들어 하늘에 묻지만,
不知天上宮闕
천상의 궁궐에선 모를 것이다,
今夕是何年
오늘이 무슨 해인지를

我欲乘風歸去
바람을 타고 돌아갈까 싶어도,
又恐瓊樓玉宇
옥으로 지은 저 궁궐,
高處不勝寒
높은 곳에 있어 추울까 두려워,
起舞弄淸影
춤추고 그림자와 노닐 수 있어도,
何似在人間
어찌 인간 세계에 있음만 할까

轉朱閣低綺戶
붉은 기둥 돌아, 비단 창가에 스미어,
照無眠
달빛은 잠 못 드는 이를 비추네
不應有恨
한스런 일은 없을진대,
何事長向別時圓
어찌하여 헤어질 때 달은 더 둥근가

人有悲歡離合
사람에게 슬픔과 기쁨이 있고, 헤어짐과 만남이 있는 것은,
月有陰晴圓缺
달에 어두움과 밝음이 있고, 차고 기우는 것이 있는 것 같아서
此事古難全
예부터 어찌해 볼 수 없는 일이지만,
但願人長久
단지 바라네, 그대와 나 오래도록,
千里共嬋娟
멀리 떨어져서도 같은 달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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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4 05:00 2009/06/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