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기록1

비행기가 로마에 내렸다. 기체와 건물을 잇는 연결 통로에서부터 한기가 느껴졌다. 로마의 시내까지는 고속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테르미니 역에 포진하고서 호구들을 노리는 바가지 택시기사를 애써 외면하고 역 밖으로 한 걸음 내딛으니, 칼바람이 사정없이 얼굴을 할퀴었다. 채 몇 발짝을 떼지 못 하고, 우리는 다시 방향을 돌려 그 바가지 택시기사의 음흉한 도움의 손길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이번 여행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불과 수 십 미터를 못 가서, 피부가 가무잡잡한 중동계 상인이 벌려놓은 노점 앞에 멈춰 서서 하나에 5유로씩 하는 칙칙한 색깔의 목도리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노점상이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받아줬다. 관광지에서 한국어 인사말 한 두 마디 듣는 것은 신기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에요?”

이쯤 되면 그냥 인사치레가 아니다.

“한국에서 좀 살았어요. 인천에서 일 했어요.”

동전을 던져 넣으면 다시 로마에 돌아올 수 있다는 전설이 있는, 그러나 정비 관계로 메마른 바닥을 드러낸 채 그나마도 높은 장벽에 둘러싸여버린 트레비 분수 근처에서, 한때 인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피부가 가무잡잡한 중동계 외국인노동자 출신의 노점상으로부터 한 개 5유로씩 하는 거무칙칙한 목도리를 두 개 사는 것으로, 우리의 이탈리아 여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