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월 22일, Home Alone


구정 연휴. 그리고 수요일에 하루 휴가를 써서 총 5일을 쉬게 되었다. 최소 반년 정도 되지 않으면 휴가로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천성이 백수인 나에겐 고작 5일짜리 휴가 따위 성에도 차지 않지만.



연휴 기간 동안, 나는 이 거대한 2층짜리 단독주택을 홀로 지켜야 한다. 엄마는 뉴질랜드로 파견을 갔고, 아빠는 안식년을 받아 엄마를 따라갔다. 동생은 작년 말에 미국의 대학으로 복학했다. 집안일을 봐주던 아줌마가 이 집의 관리인으로 들어오기로 했지만, 다음 일요일에나 이사를 들어 올 예정이다.



내가 가족을 떠나서 외국에서 생활한 적은 있지만, 가족들이 모두 외국으로 떠나고 홀로 한국에 남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말이다. 마당의 개들은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덤덤하다. 하지만 14년이란 시간 동안 온 가족과 북적이며 함께 살아 온 아지는 좀 기운이 없어 보인다.



TV나 오디오라도 크게 틀어놓지 않으면 집 안은 적막하다. 평소에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비행기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누군가 찾아올 사람도 없다. 당연히 누군가를 기다릴 일도 없다. 의자에 가만히 등을 기대고 앉아 이 고요 속에 몸을 묻고 있으면, 마치 시간마저 정지해 버린 것 같다.



주중에는 대전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으니, 집 안에 홀로 있는 게 어색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달랑 방 한 칸짜리 대전 원룸은 구석구석이 모두 내 관할 하의 영역이지만, 이 커다란 집은 누군가의 부재가 느껴지는 공간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나는 1층 거실과 부엌, 그리고 2층의 내 방을 왔다 갔다 할 뿐, 다른 방문들은 열어보지도 않는다. 세삼 이 집이 내가 사는 집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문득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기회에 한 번 차분히 생각을 해봐야겠다. 지금의 이 상황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언젠가는 정말 내 생활상이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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