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결국 화이트 크리스마스로군. 이브의 자정을 넘길 때, 나는 친구들과 술 마시러 놀러나간 와이프에게 버림받은(?) 36살의 아저씨와 함께 편의점 앞에 서서 음료수를 나눠 마시며 펄펄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았다. 막 운동을 마치고 나와 땀에 젖은 머리카락 위로 눈이 내렸다. 어쩌면 김이 나지 않았을까?



내 바이올린 연습실 위층은 영화관이다. 평소 때는 사람들이 그리 많이 찾지 않는 허름한 영화관이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답게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가끔 영화를 보기 위해 찾는 곳에 이렇게 연습실을 두고 있는 것은 마치 나만의 아지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썩 괜찮은 느낌이다. 이 연습실을 사용한 지도 1년이 다 되었는데, 그동안 나는 이곳에서 영화를 딱 한 번 봤다.



크리스마스이브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도서관에도 나갔다. 월요일의 무거운 피로를 이기지 못 하고 많이 졸기는 했지만, 가끔 도서관 서가에서 뽑아 한 챕터씩 읽고는 했던 가벼운 추리소설 한 권을 끝냈다. 그리고 ‘문명의 공존’을 공부하는 자세로 꼼꼼히 읽고 있다.



과장이 바뀌었다. 전 과장님은 내 능력을 알아보고 나를 아껴준 사람이었다. 서울로 가셨으니, 나중에 한 번 찾아뵈어야겠다. 이곳에서 나의 시간은 점점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Who could ever deceive oneself? Conscience is the heaven’s eye that watches on you. There is nowhere to run or hide.


[#M_첨삭|less..|Who could ever deceive oneself? Conscience is the heaven’s eye that watches you. There is nowhere to run or hide.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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