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이야기: (렌즈이야기)시그마 APO 50-150mm F2.8 EX DC HSM

기존 장비 중에서 마지막으로 방출하게 된 렌즈는 시그마 APO 50-150mm F2.8 EX DC HSM이다. 30mm f1.4에 이어서 두 번째로 구입한 렌즈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니콘의 입문용 카메라인 D3100을 그렇게 오랫동안 썼으면서도 정작 번들 렌즈를 제외하면 니콘에서 제작한 렌즈를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 물론 그 이유는 니콘 렌즈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보니 고만고만한 제품 여러 개를 사는 것보다는 좋은 제품 하나를 사는 게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서 이번에 카메라를 살 때에도 아직 충분히 현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가의 A7R3를 선택힜지만, 렌즈를 구입하려고 하면 여전히 한없이 작아진다. 마음 같아서야 최고급 렌즈를 화각별로 고루 갖추고 그때그때 골라서 쓰고 싶지만, 예나 지금이나 주머니 사정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 하나의 최고급 렌즈를 고르자니 화각이든 조리개값이든 무언가 하나씩은 꼭 아쉬운 게 생긴다. 비록 이번에는 소니 네이티브 렌즈를 두 개 구입하긴 했지만, 최고급 렌즈라는 GM 렌즈는 꿈도 못 꾼다. 그래서 결국 이번에도 고만고만한 가격대의 35mm, 55mm, 70-200mm 렌즈를 구입했다.

55mm 렌즈를 구입한 것은 크롭바디용 30mm 렌즈에 대한 만족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70-200mm를 구입한 것도 크롭바디용 50-150mm 렌즈의 사용성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시그마의 50-150mm F2.8는 삼식이 다음으로 활용도가 높은, 마음에 드는 렌즈였다.

왜 이 렌즈를 사려고 했냐면, 인물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내가 자연 속을 헤집고 다니며 다큐멘터리용 사진을 찍는 사람도 아니고, 결국 내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촬영의 주 목적인데,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가족이든 친구든 혹은 회사 사람들이든 주변 인물들을 많이 찍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DSLR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면, 주변 사람들도 그걸 기대한다. 사진을 찍을 때는 부담스럽다던 사람들도 막상 사진 나눠줄 때 자기 자신 별로 없으면 서운해하는 게 인지상정.

삼식이 렌즈도 인물 촬영하기에는 참 좋은 렌즈다. 그러나 확실히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셔터를 누르는 것을 찍는 나도 알고 찍히는 너도 아는 상황. 즉, 어느 정도 ‘각 잡고’ 찍는 게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족이나 애인처럼 친근한 관계라면 가까이서 사진 찍는 것에 딱히 부담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모델이나 연기자가 아닌 이상 ‘렌즈’를 의식하는 순간 표정이나 자세가 굳어지지 않을 수 없다. 아니면 대놓고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잡든지.

그래서 좀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대방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준망원 렌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고민 끝에 지른 렌즈가 50-150mm f2.8 렌즈였다. 확실히 이 렌즈로는 사람들을 많이 찍었고, 이렇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더러는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쓰기도 할 만큼 사람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그러니 사진을 찍어주는 나도 기분이 좋고.

망원줌렌즈 중에서는 비교적 가볍고 크기도 작은 편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늘 들고 다니기에는 만만치 않은 렌즈였다. 그럼에도 어디 멀리 갈 때 광각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챙겨갔던 렌즈다.

아무래도 인물을 주로 찍은 렌즈다보니 블로그에 공개할 만한 사진이 별로 없다. 보름달 사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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