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쿠스에게 보내는 편지7

태양이 이 세상을 비추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들의 오만한 착각일지도 모르나, 그렇다면 태양은 침묵만이 영원한 시간을 지배하는 저 차디찬 공간 속에서 다만 홀로 빛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풀잎에 맺힌 작은 이슬이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아침이면 하루 일과를 시작할 준비와 함께 동쪽으로 기지개를 펴는
만물의 경배를 받고, 곧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소란한 소리를 듣다가, 저녁이면 금빛으로 물든 만안의 물결의 찰랑거림과 함께 서서히 잠들어가는 세상의 영송을 받는 태양은, 다만 무한한 공간 속에서 차갑고 고요한 돌들 위에 외롭게 빛나고 있을 뿐인 별들보다 어쩌면 조금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상상인 것일까?

아티쿠스여, 우리 인간의 오만함은 어쩌면 이와 같은 엉뚱한 상상이 빚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온 세상을 두루 비추는 태양처럼, 마치 이 세상을 전부 포괄하고 있는 듯이 여겨지는 하나의 운명 앞에서 빛나기 위해 스스로 불덩어리가 되어버리고 싶어 하는 것, 자신이 텅 빈 것은 생각지 않고 남의 벌통에 꿀을 가득 채워주고 싶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가련한 인간의 인생을 떠올릴 때면 나는 서글퍼져서 이를 비웃을 수조차 없다.

아티쿠스여, 운명은 얄궂은 것이다. 나는 일찍이 어느 한 사람으로 인하여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에 눈을 떴고
매료되었다. 그런데 정작 나의 인도자는 그 무엇에도 매료되지 않는다더군. 자기 내부의 연료로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는 그 삶 앞에서, 나는 왜소하고 희미해졌다. 그렇다면 아티쿠스,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았던 것일까?
지난 몇 년간의 삶에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어떤 자유는 씁쓸한 것이다. 누군가를 계속 사랑하고 있다는 어리석은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보다, 내가 더 이상 아무도 사랑하고 있지 않음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러운 일이지. 자신을 옭아매는 고통의 사슬을 끊어버리려고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가진 단 하나의, 너무 허황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황홀한 행복의 환상까지 함께 놓아버려야 하니까.

인생은 한 줄, 아니 어쩌면 한 점. 무한한 공간을 목적도 없이 표류하다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지금껏
자신이 믿어왔던 모든 법칙이 어그러지는 곳으로 휩쓸려가게 되는 것인가 보다. 그리하여 한 번 넘어서면 결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영원히 굴러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

격류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털어버렸다. 꼭 내 삶을 위한 무게와 부피만을 남겨두고서.

이윽고 언젠가 내가 별이 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내가 무엇을 위해 빛나야 하는지 알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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