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20년 8월 12일

오늘도 역시 비가 내렸다. 역대 최장 장마. 일본연구소 일본비평 윤독회가 있어서 출근했다. 내가 2016년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부터 일본연구소 근무를 시작했으니, 어느덧 조교 근무 5년차에 접어들었다. 아마도 조교로서는 일본연구소 역대 최장기간 근무 기록일 것이다. 원래 연구소 내규에 한 사람이 최대 3년을 초과해서 조교로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데, 내 경우에는 석사과정생 연구보조원에서 근로작학생으로, 다시 박사과정생 연구보조원으로 계속 신분이 바뀌면서 고용이 이어졌다. 물론 중간에 계약 만료로 6개월 정도 쉬었던 적도 있기는 하다.

일본비평은 매호마다 특정한 주제가 있는데, 이번 호의 주제는 도쿄 올림픽이었다. 원래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올해 7~8월에 걸쳐 개최될 예정었다. 일본비평 여름호가 통상 8월 중에 간행되니까 시기적으로는 아주 적절한 기획이었을 것이다. 이런 복안을 가지고 연초부터 일본비평 도쿄 올림픽 특집호 출간을 위해 준비를 해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하여 올림픽이 연기되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주제를 바꿀 수도 없는 상황. 올림픽 연기 사태에 맞추어 기존 논문들의 내용을 수정・보완하는 선에서 출간을 강행했다.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고, 국가 규모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이 얽힌 대규모 사건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특집호는 올림픽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이하게 된 일본 내의 복잡한 사정을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는 데 오히려 더없이 좋은 기획이 된 것 같다. 아무튼 나는 교정을 위해서 수록 논문을 세 편 정도 읽었는데, 모두 흥미로웠다.

집에 돌아와보니 윤이는 외할머니집에 가 있고, 선이는 잠을 자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맥주 한 캔을 따서 유희와 나눠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부동산 이슈 때문에 전국이 난리인데, 전세살이 중인 우리로서는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집값과 줄어드는 전세 매물에 마음만 졸이고 있다. 집값이 안 올라도 좋으니까, 어디 도심 외곽에 우리 가족이 살 주택 한 채 지어서 마음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둘이서 드라마라도 한 편 볼까 하고 서재에서 ‘블랙미러’ 중 어느 한편을 보고 있었는데, 12시쯤 선이가 깨버렸다. 다시 재우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선이는 결국 새벽 2시 넘어서까지 다시 잠들지 않았다. 우리 애들은 잠이 없어도 너무 없다. 보통 한 녀석이 잠으로 힘들게 하면 다른 한 녀석은 안 그런다던데, 우리 집에는 해당 없는 이야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