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3월 24일, 요즘 생활


한 달이나 아무런 글도 쓰지 않았다니. 그만큼 생활이 바빴던 거라고 생각하여야 할까. 그 사이 5일 일정으로 통역 수행을 다녀왔다. 이번 행사는 한일 중급 장교 교류회의로, 대령의 인솔 하에 중령 두 명과 소령 두 명 등 총 5명이 방한했다. 그 동안 2성이나 3성 장군을 주로 모셔왔으니 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주 부담 없는 행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통역이 쉬운 일은 아니니, 조석(朝夕)으로 찬바람이 불고 낮에는 더운 봄 날씨 속에 서울, 대전, 청주, 김해를 오가는 일정을 따라다니다 결국 목도 상하고 몸살도 나고 말았다. 그나마 본부는 출장비를 잘 챙겨줘서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5일 수행에 출장비만 대략 20만원이다. 물론 통역이라는 엄청난 정신노동의 대가치고는 소략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답사



날씨도 제법 따뜻해졌으니 슬슬 출사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가볍게 몸 풀기로 몇 군데 답사를 다녀왔는데, 2주 전에는 창덕궁을 다녀왔고 지난 주 화요일에는 공주시를 찾아서 공산성을 둘러보았다. 공주까지 간 김에 무령왕릉도 들렀으나 아쉽게도 공사 중이라 들어가 보지는 못 했다. 저녁 식사는 공주대학교 앞에서 먹었는데, 3월 신학기인 만큼 대학가는 활기에 넘쳤다.



도서관



요즘에는 퇴근 후에 도서관에 다니고 있다. 계룡대 근처에 있는 엄사 도서관이라는 곳이다. 5시에 칼 퇴근해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6시 즈음에는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 8시까지 책을 읽는다. 그리고 나면 바이올린 연습을 하러 간다.



바이올린



8시 반부터 10시 반까지는 노은동의 연습실에서 바이올린 연습. 올해 초에 시작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1악장을 3개월 째 붙잡고 있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 덕택에 연주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 시작할 때만 해도 도저히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역시 시간과 노력 앞에 버티는 것은 없는 모양이다. 선생님도 칭찬을 많이 해준다. 연습이 끝나면 이제 운동하러 간다.



복싱



10시 40분부터 12시까지는 장대동의 체육관에서 복싱. 복싱을 시작한 지 벌써 반년이 되었다니 믿을 수 없다! 그런데 살이 조금도 빠지지 않다니 더더욱 믿을 수가 없다! 성실하게 다녔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중도이폐(中道而廢)하지는 않았다. 이제 비로소 조금 어깨에 힘이 빠지고 펀지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아무튼 한바탕 뛰고 땀을 쭉 빼고 나면 몸이 개운하다. 비록 체중은 줄지 않았어도 예전보다 건강해졌음을 느낀다. 얼마 전에는 사무실에서 등산을 갔는데, 길이 험한 천왕봉 등반이었지만 다음 날 가벼운 근육통 하나 없었던 걸 보면 평소 전신의 근육을 골고루 쓰고 있는 모양이다. 제대할 때까지는 그만두지 말고 착실히 운동하자.



도시락



집에 돌아와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나면 벌써 새벽 1시에 가깝다. 쌀을 씻어서 밥솥에 안친다. 다음 날 싸갈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서다. 밑반찬이야 대부분 주말 중에 만들어 놓으니, 반찬 통에서 도시락 통에 옮겨 담기만 하면 그만이다. 가끔 특별한 반찬이 먹고 싶을 때는 생선 한 도막 굽기도 한다.



향후 계획



뉴질랜드



여행 허가도 받았고 여권도 무사히 발급 받았다. 항공권도 이미 예매했다. 4월 7일에 출국하여 15일에 귀국하는 8박 9일의 일정으로 뉴질랜드에 다녀온다. 부모님이 계시는 오클랜드 일대와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하고 올 예정이다. 뉴질랜드의 대자연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초점 거리 10-20mm의 초광각 렌즈도 거금 40만원을 들여 장만했다.



중국어



본부에 영국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지금은 영어 통역 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선배가 한 명 있는데, 중국어를 제법 잘 한다. 이 선배와 함께 중국어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나나 선배나 일이 그리 바쁘지 않은 한량들이라서 근무 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30분 정도라도 공부를 하기로 했다. 제대하기 전까지 기초 회화는 가능할 정도로 실력을 쌓는 게 목표다.



서예



1주일에 한 번 공주에 있는 서예 교실을 찾아 서예를 배우려고 한다. 단순히 붓글씨 쓰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고전 텍스트를 본 삼아 그것을 베끼면서 글씨 연습도 하고 고전 공부도 하는 곳이라 한다. 텍스트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하니, 역시 사서(四書) 중 입문서인 대학(大學)부터 시작할까 한다. 아마 너무 바쁘지만 않으면 다음 주 중에 첫 방문을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