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고촌교회 ‘청소년 오케스트라 평화 음악회’




지난 8월 22일, 김포시의 ‘고촌교회’에서 열린 ‘청소년 오케스트라 평화 음악회’에 유포니아가 초청되어, 연주를 하고 왔다. 이 교회에서는 어린 학생들에게 다양한 악기를 가르치고 있는데, 장차 사회인이 되어서도 악기 하나쯤 다룰 줄 아는 멋진 어른이 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던가. 표면적으로는 연세대학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인 ‘유포니아’가 이들의 ‘롤 모델’로 적합하다는 이유에서 초청을 받은 것이고, 보다 직접적으로는 교회 목사의 자제가 유포니아의 단원이라는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연주곡은 우리가 9월 4일 연주회를 위해 지난 7월부터 꾸준히 연습 해 온 ‘베토벤 7번’의 전 악장. 초청 팀이라 연주는 맨 마지막에 했다. 리허설 끝나고 늦은 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할 일없이 시간을 보냈는데, 대기실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어린 학생들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었다. 바이올린 팀, 첼로 팀, 플루트 팀 등 교회에서 음악을 배우는 아이들의 공연이 이어진 다음에는, 본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 ‘김포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었다.



비제 아를르의 여인 중 ‘파란돌’, ‘클래식 메들리’,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4악장 등을 연주했는데,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의 볼륨이 너무 작아서 연주의 질에 대해서는 뭐라 할 수 없었지만, 진지한 자세만큼은 일품. 유포니아 단원들이 출동해서 금관, 퍼커션, 베이스 파트 객원을 뛰기도 했다.



유포니아는 초청팀인 만큼 맨 마지막에 연주를 했다. 소리가 너무 울리는 생소한 환경에,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게 된 데에 대한 부담이 긴장의 요인으로 작용했는지 초반 앙상블이 좋지 않았다. 1악장 비바체 들어가는 순간에는 내가 다 진땀을 흘렸을 정도. 객석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하는 목관의 고충을 생각하면, 내가 언제나 묻어갈 수 있는 바이올린 주자라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진다.



베토벤 연주가 끝난 뒤에는 잠시 인사(人事)의 긴 일장연설이 이어지고, 이어서 김포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아이들이 유포니아와 합류하여 마지막 앙코르 곡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했다.



연주 단체에 있다 보니 이런 생경한 장소에서 연주를 하는 재밌는 경험도 해 본다.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결코 찾아오지 않았을 소중한 기회들이다. 지금까지도 종종 생각나는 즐거운 체험 한 가지가 있는데, 2007년도 오사카 대학 졸업식에서 졸업 축하 연주를 했던 일이다. 내 대학 졸업식도 아니고 바다 건너 일본의 모 대학 졸업식 축하 연주를 하게 되다니, 어디 인생에서 예상 가능한 일이던가. 당시 연주했던 곡은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서곡’이었다. 하긴, 당시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연주’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 그냥 자리만 채웠을 따름이지만, 지금까지도 참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마 고촌 교회에서의 연주도 그런 고마운 추억 한 가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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