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개강의 증상은 약간의 수면부족, 약한 두통, 만성적 피로, 가벼운 우울증, 권태로움, 무기력. 방학은 어디까지나 임시 처방일 뿐 완전한 치료제가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매 개강과 방학마다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다가 결국 ‘졸업장’이라는 사망 진단서를 받게 되겠지. 그 이후 부활이 가능할지는 미지수.>



2008학년도 1학기 개강 직후에 쓴 일기에 이렇게 적어 뒀더군. 오늘 그 사망 진단서를 발급 받아다가 모병관에게 등기로 발송했다. 군대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연주회 끝나면 뒤풀이 가서 인공호흡기를 떼고, 부활은 군대에서 하겠다.



개강 첫 날의 학교 풍경은, 겉보기엔 활기찼다. 사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개개인들은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지난 학기부터 졸업생이나 다름없는 기분으로 지내긴 했지만, 그래도 느낌이 다르다. 캠퍼스는 내게 언제나 낯선 공간이었지만, 한층 더 낯설게 느껴져.



레슨 받았다. 다음 주면 마지막 레슨이다. 이 선생님과도 벌써 2년 가까이 함께했군. 비좁은 방들이 늘어선 삭막한 학원은 그리 정이 가는 장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유포니아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후 다시 도전 하여 입단하기까지 1년 간, 학기 중에는 그야말로 매일 같이 드나들던 곳이었지. 비좁은 방에 에어컨과 온풍기가 갖추어져 있어서 여름이든 겨울이든 가리지 않고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사람으로부터도 공간으로부터도, 이렇게 작별하고 떠나가게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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