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월 1일


2010년 1월 1일이다. 엄마는 동생 보겠다고 미국으로 날아갔고, 아빠는 감기 몸살에 걸렸다. 정초부터 집안 분위기가 침울하다. 기분 전환이라도 할까하고 요리를 했다. 얼마 전 사온 찜통을 활용해 통삼겹살찜을 만들었다. 그런데 간 맞추기에 실패해서 너무 싱겁게 되었다. 내 감각으로는 간장 두, 세 큰 술은 더 넣어야 할 것 같았는데, 레시피에 간장 너무 많이 넣지 말라고 되어 있어서……. 결국 엄청 부드러운 돼지고기 편육이 되어버렸다. 뭐 밥반찬으로 먹기에 싱거웠다 뿐이지, 맨입으로 먹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본격적인 오케스트라 연습이 시작되고, 오히려 바이올린 연습에 집중하기 힘들어졌다. 레슨 진도 따라가기도 벅찬데, 여기에 오케스트라 곡의 부담이 가세하니, 의욕이 오히려 감퇴한다. 뭣도 모르고 오케스트라 할 때는 마냥 설렜지만, 지금은 내 소리도 듣기 싫고, 남 소리도 듣기 싫다.



해가 바뀌자마자 중국어 학원 수강료가 올랐다. 무려 25%나 인상됐다. 기존 수강생에게는 약간의 할인 혜택이 주어지긴 한다지만 너무 하는 거 아닌가. 방학이라서 이제 수강생들도 늘 텐데, 대목을 만난 김에 긁어보자 이런 심산인가.



영어 강의 때 들어와 조용히 수업 진행을 지켜보던 사람은, 내가 추측한 ‘심사원’이 아니었다. 수업 진행 방법을 배우고자 견학한 예비 선생이었다. 주 2회 반은 3개월마다가 아니라 4개월마다 월반 시험을 본다고 한다. 2월 달에는 오케스트라 캠프, 중국 여행 등의 일정이 있어서 학원 재등록 여부가 불투명하고, 3월에는 입대를 하니, 이대로 가면 레벨 6 반에는 발도 못 들여 볼 것 같아서 그냥 선생님에게 월반시켜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순순히 월반 시켜줬다.



1월 6일 서울 시향의 신년 음악회를 보러 가고 싶었으나 전석 매진. 드뷔시의 바다나 라벨의 라 발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신현수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정말 듣고 싶은데, 아쉽다. Arte TV에서 생중계를 해준다는데, 아쉬운 대로 그렇게라도 보고 싶지만 이 날 오케스트라 연습이 있다. 저녁 7시에나 연습이 끝날 텐데, 7시 반부터 시작하는 연주회의 중계를 볼 수 있을 리가 없지.



생활은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는데, 이상하게 에너지가 없다. 글 쓸 거리는 산더미 같이 있지만, 좀처럼 써지지 않는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아, 인간들이 멋대로 종점이자 출발점이라고 정해놓은 위치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의욕 증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낯선 곳으로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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