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2월 15일


아직 몸 상태가 완전치 않지만, 저녁은 나가서 먹었고, 바이올린 연습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서……. 군 생활은 예상했던 것처럼 길고 지루하다. 이제 겨우 6개월 지났을 뿐이지만, 나는 벌써 매일 똑같은 얼굴들을 봐야 하는 것에 진저리가 나고 있다. 딱히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난 본래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살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중강당. 피치가 1도 정도 내려가 있는 고물 피아노 한 대, 끊어진 전선을 억지로 이어붙인 건반이 하나, 휑한 무대, 줄맞춰 놓여있는 책상과 의자들. 처음에는 이곳도 낯선 공간이었는데, 어느 새 꽤 익숙한 연습 장소가 되었다. 어떤 생활 속에서든 한 곳에는 정을 붙이게 되는 법이지. 하필이면 유일하게 정을 붙인 곳이 이렇게 삭막한 공간이라니.



내일은 레슨 받는 날. 그래도 근래는 매주 거르지 않고 레슨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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