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월 3일, 바쁜 하루

조금씩 해가 길어지고 있다. 동지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연의 성실함에는 언제나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지구는 1분 1초도 쉬지 않고 자전을 하기에, 지구 위의 만물은 언제나 새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이 세상에 빛을 가져오고자 하는 자라면, 그처럼 쉼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엄동설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계절이다. 이처럼 추위가 혹독하고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다. 이 혹한에도 굴하지 않고 미끄러운 도로도 개의치 않으며, 나는 30분짜리 논어 수업을 들으러 공주까지 갔다. 오가는 데에만도 1시간. 혼자 공부하는 것에 비해 뭐 그리 대단한 거 배운다고 이렇게까지 고생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곳에는 나의 스승이 계시다. 스승의 존재만으로도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끈기가 생겨난다. 매주 수업이 없었더라면, 한문으로만 쓰인 논어를 이만큼이나 읽을 수 있었을까? 지난주에 이어 계속 이인(里仁)편을 공부했다.



원래 어제가 바이올린 레슨을 받는 날이었는데 선생님 사정으로 레슨 시작 1시간 전에 취소, 대신 오늘 레슨을 받기로 했다. 논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연습실이 있는 유성으로 향했다. 목요일 저녁이면 으레 연습실 근처의 도시락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재빨리 식사를 마친 후 연습실에 올라가 바이올린 연습을 1시간 정도 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도착했다. 칼 플레쉬 A 마이너 음계를 연습하고, 브루흐에 집중했다. 내 바이올린 브리지가 기울어진 것 같다고 했더니, 상태가 너무 안 좋다면서 아무래도 브리지를 바꿔야 할 것 같단다. 그러고 보니 악기를 산 후로 브리지를 교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브리지는 선생님이 내 악기를 직접 들고 가서 잘 아는 악기점에 맡겨 교환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에는 서울에 빈손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바이올린 레슨이 끝나고 운동을 하러 갔다. 스케줄이 하나 겹쳤을 뿐인데, 새삼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하고 사는지 실감했다. 가뜩이나 기진맥진한데 관장님은 오늘따라 또 미트를 대준다. 딱 한 라운드만 뛰었는데 이 혹독한 겨울날에 땀을 쫙 뺐다. 그래도 미트를 쳐야 운동한 것 같은 느낌이 나기는 한다.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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