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8월 11일


모처럼 정시(7시 30분) 출근. 물론 장교 식당에서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상황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늦어도 6시 20분에는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OJT 기간만 끝나면 아침은 취소하고 시리얼로 대체해야지.



꽤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다. 사실 아직 업무적으로는 잔심부름 하는 정도지만, 이것저것 동시다발적으로 일이 생기니까. 오늘의 주요 업무라면 지도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정말 군대란 곳이 인력으로 때려 박아 뭐든지 해버리는 조직이라는 걸 느꼈다. 인터넷도 안 돼, 포토샵도 없어, 그런데 그림판과 파워포인트만으로 지도를 만들어낸다. 궁하면 통한다더니, 평소에는 전혀 생각도 못 했던 방법들이 튀어나와. 게다가 여러 사람들이 툭툭 던져주는 아이디어를 더하면, 그림판과 파워포인트의 조합은 포토샵 저리가라 할 정도로 강력한 기능을 보여준다. 젠장.



정시 출근의 대가로, 10시를 넘겨 퇴근했다. 집에 와서는 낮에 면회실에서 수령해 온 스피커와 사운드카드를 설치. 차가운 우유를 마시며, 지금은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듣고 있다. 음향기기 수준에 따른 음질의 차이를 전혀 못 느낄 정도의 막귀는 아니지만, 소리의 질이야 재생기기에 달려있을지언정 ‘감상’의 완성은 ‘상상력’이라는 나의 지론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풍부한 음향을 들으니 기분은 좋다. 밤이라 볼륨을 맘껏 높일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내일이면 세탁기와 에어컨, 책꽂이 등이 들어온다. 안타깝게도 에어컨은 설치 기사를 따로 불러야 한단다. 다행인 것은 관사라도 에어컨 설치 시 벽을 뚫을 때 별도의 허가 절차는 필요 없다는 것. 나갈 때 다시 막아놓기만 하면 된다는데, 어떻게 막으라는 거지. 그냥 에어컨 기증하고 가야겠다(그러니까 1055일 후에…….).



책꽂이가 들어오면 방 모양새가 훨씬 나아질 것이다. 책상은 너무 비좁아서 공부나 작업 용도보다는, 그냥 오디오 시스템(노트북 +외장하드+사운드카드+스피커+헤드폰) 선반으로 써야겠다. 그러고 보니 침대 머리맡에 장착할 집게형 스탠드를 하나 구비해야겠다. 요즘은 어찌나 피곤한지, 잠자기 전에 책을 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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