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8월 12일

이번 주 들어 조출이 줄었다. UFG 대비하여 장교들이 지난주에 근무를 당겨서 선 탓도 있다. 또 오전 업무 내용은 대충 파악이 끝나서 추가로 교육 할 내용도 없고. 오늘도 7시 반, 정시 출근했다.



오후에는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UFG의 사전 연습(UFG가 이미 연습이니까 연습의 연습)을 위해 지휘소를 찾았다. 사실 내가 갈 필요는 딱히 없었는데, 그래도 자리 지킬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정말 자리 지키고 멀뚱멀뚱 앉아 있다가 얼떨결에 최선임 대신해서 TOP DAIS에도 들어가 봤다.



오후 느지막이 보안과에서 수거한 일반 군사자료 처리 작업을 도우러 갔는데 , 말이 군사자료지 폐휴지, 아니 그냥 쓰레기다. 4.5톤 트럭 가득 들어찬 폐지를 일일이 내려 창고로 옮기는 작업은 정말……. 처장님도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아니, 아예 전투복 상의까지 벗어던지고 일을 거들었다. 막노동 후에는 보상으로 삼겹살까지. 사실 OJT 중인 신임 소위는 회식 자리에 부르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는데.



우리 사무실의 유일한 병사와 대화를 좀 나눴는데, 연대 학생이란다. 과는 다르지만 학교 후배와 한 사무실을 쓰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몰랐다니(그러나 나는 혹시 이 녀석이 연대생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회식 장소는 부내 내 식당. 메뉴는 삼겹살. 부대 내에서도 음주운전은 엄벌의 대상이라 나는 술은 마시지 않았다. 나는 7시 반쯤 자리에서 일어나 수송대 병사를 숙소에 데려다주고 상황실로 복귀했다. 그리고 처장님의 지시로 착수한 지도 제작에 다시 열을 올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 덧 밤 10시……. 짤 없는 야근이다.



밤 10시, 드디어 에어컨, 책꽂이, 세탁기가 도착했다. 중고 가전 가구 매장을 운영하는 엄마 친구를 통해 구입. 엄마가 친구와 함께 친히 배달을 왔다. 그리고 이 참혹한 위생 상태에 분노(?)하며 아줌마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청소에 돌입. 뭐 청소에는 의지니 폼페이우스식 전략이니 하는 따위의 것들 다 필요 없다. 노하우다. 순식간에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장소들이 함락당하고, ‘사람 사는 곳’이 되었다.



뭔가 정신없이 한바탕 휘젓고, 시간이 늦어 손님들은 돌아갔다. 물론 나는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나갈 때에도 인솔자로 부대 정문까지 함께 해야 했지만.



방 안에 책꽂이가 생겼다. 더 이상 책상 위에 책들을 어정쩡하게 쌓아놓지 않아도 된다. 세탁기는 다용도실에 놓았다. 매주 주말 집에 빨래거리를 한 짐씩 싸들고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에어컨은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벽을 뚫어도 된다니, 조만간 기사를 불러다 설치해야겠다.



방에 있는 전자레인지만한 냉장고를 보더니 엄마 왈, 냉장고도 한 대 놔야겠단다. 듣고 보니 욕심이 생긴다. 쓸모없는 옷장은 하나 내버리고 대신 좀 큰 냉장고를 들여놓는 걸 고려 해 봐야겠다. 조금씩 모양새를 갖춰가는군.



내일도 7시 반 정시 출근이다. 비 안 오면 근무를 하고, 비 오면 축구를 한단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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