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8월 2일


8월분 대여료를 지불한 연습실에서 첫 바이올린 연습. 오늘도 학원에는 사람이 없고, 문은 잠겨있었다. 클라리넷과 색소폰 레슨이면 성인들도 꽤 수강 할 텐데, 저녁 수업이 없을까? 아무튼 나는 다시 고독한 연습을 시작했다.



두 시간 꽉 채운 연습에, 지쳐버렸다. 에어컨도 없는 무더운 학관에서 네 다섯 시간씩 지치지도 않고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곁에 항상 함께 연습하는 다른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걸까(단순히 수업을 있는 대로 다 째고, 실컷 먹고 실컷 자고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6년 동안 악기를 하면서 이곳저곳 전전하며 연습을 했지만, 오사카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아지트였던 학관이 가장 그립다. 거기서의 1년이, 내가 지금까지 악기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는 밑거름이 되었지. 오사카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100회 공연 때는 꼭 보러가야겠다. 아마 오사카 심포니 홀을 대여해서, 성대하게 하겠지.



유포니아는 이번 주에 캠프라고 한다. 캠프하면 또 유포니아가 각별하지. 정말 사람 지치게 진을 빼놓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첫 캠프 마지막 밤 리허설 때가 기억나네. 말러를 연주하는데 얼마나 긴장했는지 그 겨울에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버렸다. 결국 리허설은 중간에 중지당하고 말았지만, 정말 연주하는 내내 짜릿짜릿했지. 이번 주 금요일과 다음 주 월요일 휴가를 낼 생각인데, 목요일쯤 캠프에 놀러가야겠다.



군 생활은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무료함’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일본어 통역으로 뽑혔고, 일본어 통역으로서 이미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군 생활에서 크게 기대하는 바가 없다. 사람들은 내가 평가 받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남들을 평가한다. 내 시간과 나의 능력을 바쳐도 좋을 사람이, 주위에 없다.



내일은 두 번째 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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