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8월 3일, 레슨 만 6년


2005년 8월 3일, 첫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다. 만 6년이 지나 맞이한 2011년 8월 3일,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다. 처음 바이올린을 들던 날, 최소 10년은 레슨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목표로 했던 10년 중 여섯 번째 해가 지나가고, 이제 일곱 번째 해를 맞이했다. 처음 레슨을 받을 때는 만 19세였는데, 지금은 만 25세가 되었다. 그 기간 동안 생긴 굵직한 추억들은 대부분 바이올린과 관련되어 있다.



2006년,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에 나는 바이올린 말고도 한 가지 더 배우는 게 있었다. 미술이었다. 미술은 바이올린처럼 10년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여행을 다니며 풍경을 스케치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일본으로 간 후, 여러 여건상 바이올린과 미술을 모두 배우는 건 어려웠다. 결국 한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은 오사카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것이었다. 지금도 교수 면담을 위해 학교를 찾았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금관 소리에 이끌려 오케스트라 연습실을 찾았던 그 날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사양 말고 들어오세요.”라고 적혀있었지만 쉽사리 열 수만은 없었던 그 문 앞에서 끝끝내 돌아서버렸더라면, 그 이후 인생은 사뭇 달랐으리라.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실은 혼자 고독하게 스케치북과 마주하는 미술 쪽이 나한테 더 잘 맞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번잡스러움으로부터 그저 도망만 쳤다면, 더불어 무언가를 함께 이루는 즐거움에 대해서는 영영 깨닫지 못 했겠지.



오늘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성인이 되어서 바이올린을 시작하고,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배워서 모차르트 4번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 했다고. 사실 난 6년 정도 배우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잘 연주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거야 어쨌든 내가 레슨을, 무엇보다 악기 그 자체를 그만두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10년이라는 목표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배우고 연주하는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평생 이렇게 즐기며 살아가야지. 그리고 더 잘 즐기기 위해서 말인데, 제대하고 1년 정도, 바이올린 레슨만 집중적으로 받겠다는 건 빈말이 아니다. 아무리 취미 생활이라지만 설렁설렁 즐겁게만 해서는 ‘평생’이란 시간을 다 바쳐도 큰 성취를 이룰 수 없다. 결국은 고통과 인내는 무엇이든 값진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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