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5월 2일, 충주 시민 오케스트라 창단 연주회


월요병(月曜病)은 더 이상 정신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신병(身病)화 하고 있다. 월요일만 되면 두통이 인다. 몸살 난 것처럼 몸은 축축 처지고. 물론 이런 증상은 거의 전적으로 수면부족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일요일 밤에 푹 자지 못 하는 것도 월요병의 증상이라면 증상이겠지.



충주 시민 오합지졸…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창단 연주회를 했다. 나는 회비도 안 내는 객원(客員)이지만, 팸플릿에는 엄연히 연주자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연 이 단체가 시작은 미미해도 끝은 창대할지, 아니면 시작이 있는 곳에서 끝도 맞이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창단 연주를 함께 한 만큼, 앞으로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바이다. 이번에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2악장(흔히 G선상의 아리아라 불리는)과, 넬라 판타지아, 오버 더 레인보우 같은 곡들을 연주했는데, 훗날 하이든의 초기 교향곡이라도 연주할 수 있게 성장하면 그때 다시 참여를 고려 해 보겠다. 내가 제대하기 전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내일은 근무. 수요일 오프를 받아 토요일까지 쉰다. 일요일은 다시 근무. 원래 어린이날 근무에 걸렸는데, 일요일 근무 + 금요일 근무를 가져오는 조건에 팔아버렸다. 객관적으로 손해 보는 장사라고 생각하지만, 쉴 때 쉬고 싶었다. 덕분에 다음 주부터 5월이 끝날 때까지는 집에 갈 희망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악착 같이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충주는, 그 공기를 호흡하는 것도 지겨운 곳이거든.



내가 내 능력을 알아보는 이에게 등용이 되어서 중요한 자리에 보직을 받고 능력을 펼칠 기회를 얻게 된다면 목숨을 바쳐서 일하겠지만, 재야에 묻혀서 농사나 짓는다면, 논밭 가는 데에 목숨을 걸 필요가 뭐가 있겠나. 그저 내 입에 풀칠만 할 수 있을 정도로 일하면 됐지.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한 결 같이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면 제갈량은 유비를 만나지 않았어도 농업 혁명을 일으켜서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 거다. 괭이와 삽을 쥐어주고 밭이나 갈게 시키면서 삼고초려로 얻은 승상(丞相)처럼 마음과 능력을 다 쏟아 부어 일해주기를 바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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