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5월 12일, 미래 계획


레슨 받았다. 요즘 레슨은 스케일 좀 하다가 곡 연습하는 단순한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 나는 음악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까지 이를 수 있을까. 시간이 나면 연습하고 기회가 되면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기는 하지만, 나는 그 이상을 바라고 있다. 스물다섯 인생에 이것 한 가지는 확실히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진정 평생의 취미라면 한 번 대학 입시 따위보다도 더 열심히 붙잡고 파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제대하면 한 1년 정도는 다른 일 하지 말고 입시생 수준으로 바이올린 레슨을 받아야겠다. 죽기 전에 수준 있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악장 정도는 해봐야지.



다이어트 시작했다. 훈련소 생활하며 감량된 체중을 비교적 잘 유지 해 왔는데, 최근 한두 달 사이에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요즘 불안정한 생활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침은 시리얼로, 점심은 밥 두 숟가락으로, 그리고 저녁은 닭 가슴살로 해결하고 있다. 먹는 게 세상 사는 즐거움의 반이라 믿는 내게는 가혹한 식단이지만, 관리할 수 있을 때 관리해야지.



서른일곱 살이 되면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중고 요트를 한 대 사서 지브롤터 해협으로 갈 거다. 1년에서 3년 정도 기간을 두고서 요트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지중해를 일주하겠다. 낮에는 항해를 하고, 저녁이면 항구에 정박해서 태양이 녹아드는 지중해를 바라보면서, 마치 그 바닷물을 그대로 떠 담은 것 같은 포도주를 마셔야지. 유럽의 모든 유명한 음악 축제를 보고 발길 닿는 모든 도시의 유적들을 꼼꼼히 살펴야겠다. 폐허가 되어버린 유적의 쓰러진 기둥에 걸터앉아 차가운 표면 안 깊숙이 깃든 3,000년 역사의 숨결을 호흡해야지. 시간은 곧 생명. 내가 살면서 뭘 할지, 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전에 사람들이 뭘 이뤄왔는지부터 확인해야겠다.



몸은 이곳에 남아있지만, 마음은 이미 떠났다. 생활이 안정될 리가 없지. 책을 읽는 게 그래도 지금 가장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2 thoughts on “[일기] 5월 12일, 미래 계획

    • 스물 다섯인 지금은 부자라는 느낌도 드는군. 마흔을 넘기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 것이고, 예순을 넘기면 인생은 이미 파산인 거나 다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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