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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사료 조사차 나가사키를 방문하였을 때 묵었던 호텔 근처에는 마침 나가사키 3대 카스테라 가게 중 하나로 명성이 높은 분메이도(文明堂)의 총본점이 있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호화스러운 건물일 수도 있지만, ‘3총본점이니 하는 호사스런 이름에 비하면 막상 건물 내부는 그다지 넓지 않았다. 유니폼을 갖춰 입은 직원들이 일본 특유의 그 부담스러울 정도의 친절함으로 응대하는데, 가난한 대학원생이 얇은 지갑을 만지작거리며 카스테라 한 상자를 살지 두 상자를 살지 망설이는 그 짧은 순간에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저들의 시선에 이마가 간지러웠다.

장인장모님을 생각하며 한 상자, 그리고 부모님을 위해서도 한 상자. 계산하려다보니 한 조각씩 개별 포장해서도 팔기에 나도 맛이나 보자는 생각에 슬쩍 끼워 넣었다. 후쿠오카행 고속버스를 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기에 상점가로 가서 천천히 둘러보다가 프랜차이즈 카페인 도토루에 들어갔다. 이미 9월이었지만, 나가사키의 날씨는 여전히 무더워서 한국의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였는데, 평소 같으면 당연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겠으나 카스테라와는 왠지 따뜻한 커피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렇게 주문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돌아다닌 탓인가,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우선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쌉싸름하다. 이 쌉싸름한 맛이 정신을 차리게 도와준다. 입안에 커피 향이 퍼지고, 뜨거운 액체는 목을 타고 넘는다. 언제부터였을까, 커피를 하루에 두, 세잔씩은 꼭 마시게 된 것은.

카스테라 봉지를 뜯고 적당히 안 입 베어 물었다. 달콤했다. 커피가 적셔놓은 입안에서 카스테라는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역시 달콤했다. 본고장 나가사키의 카스테라는 밀도가 높아서 무겁고 단단하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씹을 때 어느 정도의 탄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서인가, 약간 퍽퍽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역시 카스테라는 커피든, 우유든 음료와 함께 먹어야 하는가보다.

맛을 음미하는 것은 한 입 까지다. 상당히 허기도 져있는 상태였던 터라 손에 들려있던 조각 카스테라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나가사키 카스테라의 특징이랄 수 있는, 카스테라 밑바닥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굵은 설탕 알갱이들이 오도독 씹혔다. 마지막으로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입안에 남은 설탕의 맛을 지웠다. 참 깔끔한 간식.


2017/11/02 23:10 2017/11/0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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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한 사진을 못 찍은 고로,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으로 대체.

북경오리는 무척이나 자주 듣는 요리 이름이지만, 의외로 한국에서 북경오리를 내놓는 음식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느 작은 동네, 어느 비좁은 골목에도 반드시 중국 음식점 하나는 찾을 수 있는 한국에서, 이건 좀 놀랄 일이다. 그래서 중국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북경에서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 중 탑에 위치 해 있던 것이 바로 ‘북경오리’를 먹는 것이었다. 나와 오군은 북경에 도착한 첫 날 저녁에 북경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북경오리 전문점, ‘전취덕’을 찾아갔다. 명불허전이라 가게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여행 중 먹었던 요리들의 평균적인 가격을 생각한다면, 전취덕의 북경오리는 상당한 고가의 요리였다. 상대적으로 비싼 돈을 내는 만큼 호화로운 한 상을 기대했건만, 그들이 내놓은 음식이라고는 고작 오이, 파를 비롯한 채소 조금과 밀전병, 그리고 꼭 1인용 앞 접시 같이 생긴 그릇에 소박하게 오른 오리고기가 전부였다. 북경오리가 그만큼 대단한 요리인건지, 전취덕이 잘난 건지 아무튼 약이 오른 우리는 전취덕의 허울을 벗겨보자며 결국 이튿날 숙소 근처의 이름 없는 음식점에서 또 북경오리를 먹었다. 여기서는 북경오리 뿐만 아니라 오리심장 요리 한 접시에다가 라면까지 두 그릇을 더 먹었지만, 지불한 가격은 전취덕에서와 비슷했다. 북경오리의 맛? 똑같았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지 1년이 됐다. 대학생 때에는 해마다 국외 여행을 다녀왔지만, 올해는 여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랜만에 중국 여행의 추억을 되살릴 겸, 여행 파트너 오군을 불러서 북경오리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마침 홍대에 북경오리를 하는 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유포니아 연주회가 있는 날 늦은 점심, 혹은 이른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잡았다.

마오MAO라는 이름의 음식점인데, 체인인 모양이다. 영업은 오후 5시부터. 너무 일찍 찾아간 우리는 근처 커피숍에서 시간을 때울 수밖에 없었다. 5시 정각이 되자마자 우리는 첫 손님으로서 당당하게 가게에 들어섰다. 북경오리의 가격은 대(大)가 55,000원, 소(小)가 34,0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제아무리 미미(美味)의 요리라도 어차피 맛을 즐기는 것은 한 입까지다. 소(小)짜리로 하나 주문하고, 동파육을 추가로 시켰다. 식사로는 새우볶음밥과 자장면을 주문했다.

중국에서 먹은 북경오리와 비교하자면 덜 느끼하달까. 기름기가 적어서 속살은 좀 퍽퍽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함께 나온 소스의 맛은 비슷했다. 여러 가지 과즙이 들어갔는지 달콤한 맛이 상당하다. 밀전병에 말아 이 소스에 찍어먹으면 소스 맛이 강해서 내가 먹는 게 북경오리인지 동파육인지 모를 지경이다. 함께 나온 파국은 너무 매워서 생각 없이 들이켰다가 사레가 들렸다.

음식 맛은 평범한 수준. 동파육이나 새우볶음밥은 한국의 많고 많은 중식당에서 먹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북경오리에 대한 추억이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오리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면 달리 또 얼마든지 있으니 반드시 추천할 만한 선택지라고는 할 수 없겠다. 그래도 북경오리의 맛이 궁금하거나 그리운 사람이라면 찾아가 볼만도.

2011/03/15 00:07 2011/03/15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