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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쪽 눈은 찌부러지고 혓바닥은 길게 늘어뜨린 채 쩔뚝이며 걷는 개를 한 마리 보았다. 그 개가 뭉툭한 꼬리를 힘껏 흔들며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나는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 너무나 가여운 녀석은, 스스로를 가엽게 여길 줄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사람을 동정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사람은 그 어떤 비극적인 순간에조차 스스로를 연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또 생각한다. 저 높은 하늘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사람이 마음에 품는 자기 연민도 결국은 아픈 상처를 콕콕 찌르는 하나의 가시일 뿐이지 않겠는가 하고 말이다.

2012/10/15 00:07 2012/10/1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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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 열정을 받쳐주지 못 하는 게 어린 거고, 정체되어버린 자기 지식 안에서만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게 늙은 거지. 나이의 문제가 아니고. 세상은 어린이와 늙은이들의 싸움터다.

2011/05/31 23:19 2011/05/3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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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내면으로 지나치게 파고들어갈 필요가 없다. 공상과 자기 연민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아니니까. 그렇게 이해하지 못 해 안달하는 마음은 실체가 없고, 우울증은 정신병이다.

2011/04/11 23:07 2011/04/1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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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에 분개하지 말 것. 특히 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내가 이해하는 바에 따르면 당신들이 믿는 신(神)은, 당신들 모두를 사랑하지만 당신 한 사람을 특별히 더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그저 평범한 능력만을 지녔고, 당신의 일상이 비루하다면 그것이 신께서 당신 몫으로 정한 운명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처럼 삶을 견디며 평범한 인생을 살고, 죽은 후에 그 수많은 사람들과 똑같이 천국에 한 자리 부여 받는 것으로 만족하라. 대체 왜 자신의 하루하루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하루처럼 짜증스러우리만치 반복될 뿐이고 무언가 창조적인 에너지가 결여된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냐고 한탄하지 말 것.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럴 주제가 안 된다.

2010/10/13 19:43 2010/10/1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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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것이 아무 것도 없게 되자, 세상은 내 앞의 모든 길을 열어준다. 행운의 여신은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네가 절실히 바라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도 좋다.”라고…….

2010/09/18 00:50 2010/09/1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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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차 안, 적당히 취기가 오른 두뇌는 뒤로 밀리는 풍경의 형체를 정확히 인식하지 않는다. 모든 사물의 형태는 경계를 잃고 흐물흐물하다. 그러나 저 멀리 보이는 산머리에 낮게 내려앉은 검은 구름의 존재만은 뚜렷이 식별된다. 스치는 가로등 불빛이 눈을 할퀸다. 수천의 파편이 날아든다. 그러나 그 어떤 날카로운 것으로도 나를 찌를 수 없다. 내 마음은 실체가 없으므로. 누가, 무엇이 나를 상처 입힐 수 있을까. 이 무슨 바보 같은 짓이냐고, 비웃을 것조차 없다.

2010/09/06 23:12 2010/09/06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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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김정은이 김정일의 정권의 승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언론보도), 잘된 일 아닌가. 독재자는 결국 스스로의 오만한 때문에 독배를 들이키게 되어있다. 삼대면 이제 망할 때도 됐지. 저 상태의 나라를 물려받게 되는 그의 운명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동정심마저 드는군. 우리가 역사책에서 무수히 발견하는 이름들처럼, 그 역시 망해버린 나라의 마지막 왕으로 기억되지 않겠어?

2010/09/01 23:50 2010/09/01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