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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이로군. 내가 정상적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더라면 임관을 한 달 앞두고 있을 시기. 먼저 들어간 녀석은 나올 때가 되어가고, 난 들어갈 때가 가까워지는군. 뭐 그런 거지.

아침에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다. 7번째 레슨. 이미 내가 칭찬 받을 건 다 받았고, 요즘은 그저 엄청 깨지고 있다. 특히 오늘은 그놈의 스타카토 때문에 얼마나 혼났는지. 내가 일부러 틀리는 것도 아니고 이 몸이 안 따라주는데, 같은 걸로 계속 지적을 받으니 어지간한 호인인 나도 짜증이 날 수밖에. 그러나 어쩌랴. 제대로 가르쳐주느라 그런 건데. 선생님에게는 복종하고, 화는 내 자신에게 내기로 했다.

하이든 2번은 카덴차 전까지 이미 진도가 나간 상태. 다음 시간에는 카덴차 들어간다. 나 군대 갈 때까지 하이든만 시킬 것 같다. 스케일은 솔직히 일본에서 연습하며 쌓은 바탕으로 지금까지 버티는 중. 16개 슬러는 역시 좀 힘들다. 그래도 스케일이 제일 무난한 편. 카이저는 스타카토 덕분에 박살.

선생님 왈, 음정은 아주 훌륭한데 리듬이 엉망이란다. 확실히 음정에 대해서는, 요즘 귀가 열리는 느낌이다. 음악을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런가. 한편 명색이 오케스트라 단원인데 이 절망적인 리듬감은 어찌해야 하지. 비브라토는 계속 나아지는 중이라 그나마 위로가 된다.

중국어, 영어 학원 12월 강의가 시작되었다. 중국어는 원래 4개월 과정인 Grade 1을 2개월만 수강하고 Grade 2로 월반했다. Grade 2에서 4개월 째 배우고 있다는 학생이 있으나, 나랑 별 실력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한편 이 학생이 경영학과 학생이라고, 경영학과 졸업생인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세부 전공이 어떻고, 재무 회계가 어떻고, 인적자원관리가 어떻고…….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난 대체 학교에서 뭘 배운 거지? 5분 동안 숙고해봤는데, 결론은

아무 것도.

난 정말 학교에서 배운 건 아무 것도 없어. 애초에 난 학부에 경영학과라는 학과는 존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냥 liberal arts나 가르치라고.

영어 학원은 매달 선생님이 바뀐다. 지난달까지 함께 듣던 사람들이 이번에 새로운 반을 만들어서 대거 떨어져 나갔다. 소규모로 새로운 반이 꾸려졌는데, 이 반 사람들의 영어 실력이 훨씬 낫다. 담당 선생님은 지지난달 가르쳤던 선생이던데, 가족의 급병으로 잠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오늘은 임시 선생이 들어왔다. 어디서 봤다 했는데, 이 학원에서의 첫 수업 때 봤던 선생님이다. 시간 때가 안 맞아서 첫 수업 후 반을 옮겼지. 당시엔 할로윈 파티 때 무슨 가장(假裝)을 할 예정이라고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오늘은 말끔한 모습이었다.

이번 주 금요일 오케스트라 첫 연습.

흠.

2009/12/01 23:45 2009/12/01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