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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일기장

어제는 짜증을 좀 냈지만, 내 자신을 놓아버리니 마음이 편하군. 될 대로 되라지. 좋은 때든 나쁜 때든, 아니 좋고 나쁜 때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시간은 흐르고 모든 일들은 다 지나가게 마련이다. 육체적으로 피곤할 수야 있지만, 정신은 정신대로 건전함을 유지해야지. 오늘은 10시까지 야근했고, 내일은 밤샘 상황 근무지만 뭐 괜찮다. 금요일에 우수정보처 선발 수검이 있는데, 시험 대상자로 뽑혀서 시험까지 본다. 근무 서면서 시험공부하게 생겼지만, 뭐 어떠랴.

전자사전 액정이 깨졌다. 교체하려면 10만원 가까이 깨지겠지. 통역 파견비, 수고비 벌어봤자 다 깨먹겠군. 이번 파견 때는 선임의 전자사전을 빌려서 가기로 했다. 통역에 웬 전자사전이냐고? 지난 번 통역 때의 일이었다. 손님들과 함께 오찬회를 갖게 되었는데, 식사 후에 차가 나왔다. 일본 손님의 질문. “이거 무슨 차죠?” “네, 둥굴레 차입니다.”

물론 상식이 있는 사람은, 제아무리 통역관이라도 이런 것까지 다 알고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가령 식사 중에 “이 쏨뱅이 참 맛있네.” 이딴 말은 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달라는 거지. 그러나 아무튼 예상치 못 한 상황은 언제나 터지는 법이니까,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대범하게 사전을 꺼내 찾아주면 된다. 물론 이건 오찬 같은 격식 없는 자리에서나 가능한 얘기고, 두 동강 난 천안함 앞에서 심각하게 브리핑 하다가 사전 꺼내들고 단어 찾고 앉아있었다간……. 통역, 쉽지 않다.

참고로 둥굴레는 일본어로 ‘아마도코로’라고 한다. 군대 와서 일본어 실력은 점점 늘고 있는 것 같다. 강제자기계발을 당하고 있어.

바이올린은, 생각하면 한숨이요, 쳐다보면 눈물이다. 무리해서 이번 목요일에도 레슨을 잡아놨는데, 가기 전에 한 번이나 연습을 할 수 있을는지.

2010/10/19 23:43 2010/10/19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