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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잠이 늘었다.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새벽까지 잠 잘 시간 축내가면서 쓸 데 없는 짓거리 하는 것보다 책이나 읽다가 일찍 자는 게 득이란 걸 요즘 깨닫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이후로 완전히 망가졌던 피부는, 요즘 겨우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잠은 푹 자고 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정신이 나간 듯 멍한 상태였다. 일단 늦잠을 자서(잠은 많이 잘수록 취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것부터가 조짐이 좋지 않았다. 일조행사 지휘에, 오전 사격 준비, 공군 본부 통역 업무 관련 전파 사항 수신에다가 부대 방문 일본인 관련하여 새로운 통역 의뢰 전달, 거기에 보고서 출력하랴 상황실 업무 챙기랴……. 결국 표지 없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초유의 실수를 저지르는 등, 순탄치 않은 하루를 보냈다. 거기에 권총 사격 결과는…….

50여 페이지에 이르는 ppt 자료를 이번 주말 중으로 일본어로 번역해야 한다. 그리고 10월 마지막 주에는 공군 본부로 파견을 나가서 통역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오랜만에 훈련소 시절 만든 급여통장 잔액 조회를 해봤는데, 출장여비 명목으로 8만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어떤 출장비지? 하도 출장을 많이 다니니 어느 출장으로 받은 여비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택배로 수령한 32기가 SD 카드와 16기가 마이크로 SD 카드 가격을 번 셈이다. 같은 추가 수당이라면, 야근보다는 기왕이면 출장이 좋다.

저녁때는 사무실에서 처장님 이하 장교들이 모여 회식을 했다. 메뉴는 아귀찜. 맛있지만 먹을 게 없기로는 계륵보다 더한 메뉴다. 전입 초기 가감 없이 솔직하게 주량을 밝힌 나는, 연거푸 술잔을 비워야 했다. 뭐 소주 한 병 반 정도로는 쌩쌩하지만.

요즘 제대로 된 글을 쓸 여유가 없다.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내 성장이 정체된 느낌이다. 대학 시절에는 평일이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밤에는 학원 연습실이나 학교 대강당 복도에서 바이올린 연습을 했다. 그렇게 평일을 열심히 살고 나면 주말에 게으름 피는 자신이 어느 정도는 용서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평일이면 사무실 일로 기력을 소진하고 있는 요즘, 피곤하다는 핑계로 주말에 게으름을 피우면 내 자신이 스스로를 성장시킬 여유를 모두 상실하고 만다. 오늘만 하더라도 회식 때문에 레슨을 취소해야 하지 않았는가. 시간을 더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0/10/14 21:38 2010/10/14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