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iled under 일기장

토요일 아침. 근무 오프 아닌 오프. 안개 자욱. 월급 들어왔다. 이집트를 두 달 동안 여행할 수 있을 자금이 모였는데, 정작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신세가 아니구나. 근무 서면서 TV 보는데, 여행 프로그램에서 이스탄불을 소개 해 줬다. 소피아 대성당, 블루 모스크, 예레바탄 사라이, 톱카프 궁전, 이스탄불 박물관 등 내가 가봤던 곳들이 차례차례 화면이 비추니, 여행 충동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팽창한다.

하다못해 일본 출장이라도 좀 안 보내 주려나. 갑갑해 죽을 지경이다.

금요일 일조 행사 지휘 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 부처의 모 중위인가 하는 사람인데, 대뜸 “앉았다 일어나기라고 했지? 전국 어디를 가 봐도 그런 건 없어. ‘앉았다 일어서기’다.”라고 주의를 줬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목숨 거는 그 사소한 세상도 존중한다. 파리에게는 파리의 한 살이가, 모기에게는 모기의 한 살이가 있는 것이다. 한낱 미물의 생명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되지. 가끔 내가 너무 대범하게 살다보니까 극미세한 세계를 무차별적으로 짓밟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미안할 따름.

슬슬 서울로 올라가볼까. 졸음운전 하지 말아야 할 텐데.

2010/10/09 09:22 2010/10/09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