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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서재/文選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힘없는 한 개인으로 와서 시대의 격류에 휩쓸리다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혹은 그 흐름에 저항하고 물줄기를 돌려보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혹은 저 고소(高所)의 바위 위에 정좌하고 앉아 골짜기의 탁류를 관조하는 것일까?

세상에 정의가 흐려지고 소의가 대의에 앞서며 비열함이 떳떳함을 목 조르는 일은 흔히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정의를 잃은 지 너무 오래되어 간사함의 뿌리가 온 땅에 깊이 내렸다. 그러니 의로움이 싹 틀 한 줌의 땅이라도 남아 있을런가.

사마천에게 신(神)은 곧 인간의 역사(歷史)였다. 의로운 사람들이었던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굶어 죽었고, 잔인하고 비열한 인간이었던 도척은 부귀와 천수를 모두 누렸다. 이것을 두고 생각해 보면 세상의 이치가 그릇된 것 같다. 그러나 훗날 공자와 같은 성인이 나타나, 백이와 숙제의 이름을 세상에 드러내고 그 의로움을 제시하니 사람들이 그들을 기억하고 그 뜻을 따르고자 하였다. 그러니 백이와 숙제는 인간의 역사가 이어지는 한 그 위로를 받을 것이고, 도척은 그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실천적인 정의로움은 죽은 뒤 하늘에서 작은 안락함으로 보상받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후세의 정당한 평가 속에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즉 인간의 역사에서 결국 그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오늘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어떤 울분이 들끓게 만들었다. 그는 정의를 상실한 사회에서 무언가 변화를 주고자 노력한 사람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 방편의 세련되지 못 함이나 작은 흠결들을 말하길 좋아하지만, 나는 다만 그 대의를 따르고자 한다. 젊은 사람들의 사명은 현실 운운하기 이전에 역사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모범을 따라 이 시대에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백이열전


2009/05/23 16:10 2009/05/23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