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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연금술은 위장(胃腸)의 소화 작용보다 생산적이지 못 하다. 공상은 실체가 없으므로.

무엇이 더 아름다운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에는 완전히 질려버렸다. 나는 그저 무엇이 왜 아름다운지 ‘아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다시 독서에 매진하고 있다. 사무실에서도 틈이 나면 몰래 책을 읽고 있다. 읽은 것의 100분의 1만큼이라도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체력이나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2010/11/16 23:22 2010/11/16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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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 55분. 알람이 울렸다. 5분쯤 있으면 비상소집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올 거다. 다시 눈을 감았다. 6시 00분, 전화 걸려오지 않음. 6시 05분, 전화 걸려오지 않음. 6시 10분, 전화 걸려오지 않음. 6시 15분, 전화 걸려오지 않음.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시작하려니 소리에 잠 깬 룸메이트(손님)가 알려줬다. “훈련 연기됐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저지르는 사소한 실수는 지적 받지 않고 넘어가는 법이 없지만, 윗사람에 아랫사람에게 자행하는 테러는 지적 받고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러니까 사회가 발전이 없지.

2010/11/15 20:32 2010/11/1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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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동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젓가락을 챙겨주지 않는, 이상하고 또 맛없는 돈가스 정식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모든 상황은 순조로워보였다. 딱딱하고 질긴 겉껍질, 그리고 차갑게 식어 떡처럼 찐득찐득해져버린 타코야키를 씹는 순간, 불행의 전조는 찾아왔다. 이걸 쓰레기통에 처넣어야 할지, 판매자의 얼굴에 집어던져야 할지 망설이다가 결국은 내 뱃속에 다 털어 넣었다. 그래도 아직은 모든 것을 낙관할 만 했다. 하늘은 맑았고, 인공 연못 위에서 부서진 빛이 다시 커다란 유리창을 투과하고 들어와, 창가에 앉아 빵을 먹고 있는 7살 남짓 꼬마의 얼굴에 어른거릴 정도로, 정오의 나이를 조금 넘긴 태양의 햇살은 한창 싱싱했다. 부임 후 처음으로 제대로 누리는 금요일 오프. 긴 주말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낙관, 푹신한 소파와 달콤한 낮잠의 유혹에, 나는 심상치 않은 엔진 소리의 예언과 차갑게 식어버린 타코야키의 결정적인 경고를 무시하고 말았다. 시동을 걸었다. 스피커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5중주 2악장의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차는 심상치 않게 한 번 부르르 몸을 떨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휴게소 출구에 주유소가 보였다. 거의 바닥을 치고 있는 연료 게이지를 보고, 다시 한 번 주유소를 보았다. ‘기름을 넣고 갈까.’ 망설임 속에서 잠깐 차를 멈췄다. 차 안은 너무 따뜻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그리고 피아노의 선율이 엮어내는 푸가는 몽환적이었다. 강아지도 늘어지게 잠드는 따스한 창가, 푹신푹신한 소파, 길고 여유로운 주말……. 사르르 잠들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잠들었다.

마치 잠들듯, 소리 없이 시동이 꺼진 차는, 다시는 깨어나지 않았다. 내 차는 고속도로로 빠져나가는 출구와 주유소 입구의 중간 지점에서 이제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침마다 한 번에 깨어나기를 거부하며 꼭 ‘5분만 더’를 외치는 애처럼 굴었던 자동차. 정지선에 멈출 때마다 한 생명체가 마지막 호흡을 내쉬듯 바들바들 떨었던 엔진. 그러나 차갑게 식어버린 타코야키처럼 신비주의적이며 사람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켜쥐고 지배해버리는 강력한 불행의 징조가 또 있을까. 시간에 대한 낙관,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으로 ‘여유를 만끽한다’는 것을 실천해보려고 했던 안일한 생각으로 머릿속에 타코야키에 대한 생각만 가득 품은 채 아직 한가롭던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휴게소로 방향을 튼 순간, 나는 스스로 불행의 씨앗을 심어버렸던 것이다.

그리 길지도 않은 운전 경력에 두 번째로 견인차에 올라탔다. 내 현재 신분이 군인이라는 사실은, 낯선 성인 남성과 친근하게 이야기 나누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받았던 훈련, 지금도 뺨이 얼얼하고 정강이가 시큰거리는 것만 같은 구타의 기억, 기상천외한 무용담……. 그 어떤 것도 나의 개인적 체험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에 공감을 하고 맞장구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남자들이라면, 군대에 관한한 육체의 경험이 아니라 영적인 체험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죠.”라고 하든 “그래도 군대는 군대죠.”라고 하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가끔 개도 같이 올라와 자는, 딱 내 키에 맞고 배게 대용인 푹신푹신한 쿠션이 있는 집의 소파 대신, 카센터 사무실의 소파에 앉아 G20 정상회의 내용으로 도배된 신문이나 강간범 잡으러 다니는 내용의 TV 프로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자니, 직원 한 사람이 전날 대만 여행에서 돌아온 부인의 선물이라며 구진남(舊振南 Ziu Zhen Nan;대만 특산품으로 유명한 케이크 과자) 하나를 주었다. 혀 위에 그 부드러운 촉감과 달콤함이 녹아들 때에, 나는 나중에 내가 얼마를 청구 당하게 될 지 짐작도 못 했다. 내 차는 겉보기에는 바뀐 것이 없었다. 조금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깨어있다는 증거로 별로 듣기 좋지는 않은 거친 엔진 음을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20만원 가까이 지불했고, 주인은 오래 기다렸다며 사은품으로 LED 라이트가 달린 조그만 키홀더를 주었다.

해가 기울었다. 혀 위에 달콤함의 여운만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과자처럼, 아름다운 환상으로 부풀었던, 모처럼 따스한 햇살 속의 금요일 정오부터 해질녘까지의 시간은,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서울로 향하는 차들로 꽉꽉 막힌 영동고속도로 위에서, 나는 불과 몇 시간 전에 텅 빈 고속도로를 달리던 내 모습이 꿈이 아니었는가 생각해봤다. 끝없이 늘어선 자동차들의 붉은 미등, ‘정체, 정체, 정체’라 표시된 안내 전광판, 아슬아슬한 차선 바꾸기를 거듭하면서도 끝끝내 내 주위를 벗어나지 못 하는 검은 승용차. 이 기시감의 끝은 항상 이렇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이미 바닥도 차갑게 식어버린 집 안으로 들어가 소파 위로 쓰러진다. 창가로 환한 빛이 들어오는 따스한 날에는 가끔 개도 함께 올라와 자는, 그 푹신푹신한 쿠션이 놓여있는 소파에.

2010/11/15 20:06 2010/11/1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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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생활관 불시 점검 나갔다. TV에서나 보던, 여러 사람이 매트 깔고 다닥다닥 붙어 자는 기다란 평상을 처음 실제로 보면서 장교로 입대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벽 한 쪽을 장식하고 있는 포스터, 그리고 관물함 문 안쪽마다 빽빽이 붙어있는 사진들을 보며 소녀시대가 병사들에게 어떤 존재인지도 세삼 깨달았다. 등록 확인증이 붙어있지 않은 CD 플레이어를 압수하는 나는, 시계 대신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했다. 보안성 검토를 마치지 않은 책들을 발견하면 일단 지도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관물함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소설책들 앞에서 나는 눈감을 수밖에 없었다.

2010/11/09 23:41 2010/11/0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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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에 서점 나들이. 3/4분기와 4/4분기 복지 자금이 쌓였는데, 11월 중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고 해서 부랴부랴 책 쇼핑 좀 했다. 10만 9천원어치 책을 고르고 적립금 1만 5천원 + 교보문고 도서교환권 5천원 + 국방복지자금 8만 4천원을 제하니, 실제 지불 금액은 5천원. 책 읽다가 각성 상태가 되어버려서 두 시간도 채 못 자고 집에서 출발. 덕분에 아주 피곤한 월요일을 보냈다. 그나마 야근이 없으니 다행이었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연주회, 안녕…….

인생이란 생의 절반쯤은 멍청한 사람들의 부림을 받으며 보내고 나머지 절반은 멍청한 사람들을 부리느라 끙끙대다가 다 소모하고 말아버리는 것인가. 그렇다고 뭐 내가 똑똑하다는 건 아니지만…….

2010/11/08 19:15 2010/11/0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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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집중되어있는 듯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뒤덮인 표면 아래로 잠겨, 깊고 넓은 세계에서 표류하면 영원의 시간을 두고 헤매어도 그 누구 한 사람과도 마주칠 것을 기약할 수 없는 무한한 우주의 공간을 떠다니는 듯한 막막함이 느껴지곤 한다.

바이올린 레슨 받았다. 내가 감히 바이올린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학생 때는 매일의 연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과였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 한 시간의 연습을 위해 너무 큰 의지가 필요하다. 연습 거르는 것을 점점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게 되어가는 것이 슬프다.

21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연주회 관람을 취소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필이면 연주회 당일 당직에 걸렸는데, 당기는 것도 미루는 것도 여의치가 않다.

2010/11/04 23:16 2010/11/0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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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받았다. 통역 너무 수고했으니 하루 쉬게 해 주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따로 수고비를 받지는 않았지만 돈으로도 못 사는 게 하루의 휴가 아니던가. 11월의 첫 날부터 휴가라니, 어쩐지 이번 달은 느낌이 좋다. 연주회도 두 개나 예약 해 뒀고, 유포니아 향상 음악회도 있으니까 여유가 되면 보러가야지.

이번 통역 건은 정말 스펙터클했다. 내가 3일간 먹은 저녁 식사 값만 25만 원은 될 거다. 참모총장이 타는 헬기나 국무총리 전용기급 수송기도 타보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블랙 이글 팀의 에어쇼에다가 조종사 훈련용 시뮬레이터에도 올라가 구경……. 이정도면 통역도 할 만 한 것 같다.

10월 들어서 블로그 방문자 수가 급증했다. 일기 외에는 변변한 글도 안 올라오는데 어쩐 영문이지. 좀 수상하다.

내일은 근무다. 근무 후 오프를 생각하면, 평일 근무는 오히려 반갑다. 목요일에는 다시 2주 만의 바이올린 레슨. 비범한 일상도 좋지만, 평범함 속에서 누리는 작은 즐거움들이야말로 인생을 지탱 해 주는 버팀목이다. 음악과 책으로 돌아가자.

2010/11/01 12:29 2010/11/0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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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공군 본부, 계룡시의 계룡대. 결국 본부까지 진출했다. 스물 다섯 평생에 안 가본 곳들을, 군 생활 하면서 다 다녀본다.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통역을 한다. 이런 나의 군 생활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능력도 발휘하고, 여행도 하고, 돈도 버니 썩 괜찮다고 생각할까.

일요일 저녁, 출발 직전에는 잠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어지간해서는 스트레스 따위는 받지 않는 나도, 주말마다 이어지는 격무에 한 달 간격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 것은 부담이다. 아니, 나처럼 사람과 엮이기 싫어하는 성격으로는 매번의 파견이 곤혹스러움 그 자체라고 해야하나.

정신이 아득해지려는 것을 추스르며 간신히 집을 나섰지만, 읽을 책 한 권 챙겨오는 것조차 잊었다. 단 며칠의 일정이라도 책 챙기는 것을 잊은 적은 없는데, 꽤나 정신이 없었나보다.

4인용 숙소를 잡아줬다. 중간중간 브리퍼라든가 다른 통역 장교가 들를 일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나 혼자 쓴다. 인터넷이 연결되어있지 않다는 점만 빼면, 널찍한 공간에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깨끗해서 마음에 든다.

지금은 공군 본부 항공정보과 사무실에서 이번 행사 기간 중에 있을 만찬 때 부장님이 써먹을, '우정, 술, 가을'을 주제로 한 '일본어 속담, 격언, 금언' 따위를 찾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속담집이라도 한 권 챙겨오는 건데.

본부는 본부다. 영관급들은 낙엽처럼 밟히고, 별들은 청명한 가을 밤하늘처럼 빽빽하다. 오직 다이아만이 정말 다이아처럼 귀하다. 신기해서 그런지 마주치는 영관급들마다 말을 걸어오곤 한다. 단 한 명의 별 이하 엄격한 위계 질서가 존재하는 비행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10/10/25 15:03 2010/10/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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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짜증을 좀 냈지만, 내 자신을 놓아버리니 마음이 편하군. 될 대로 되라지. 좋은 때든 나쁜 때든, 아니 좋고 나쁜 때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시간은 흐르고 모든 일들은 다 지나가게 마련이다. 육체적으로 피곤할 수야 있지만, 정신은 정신대로 건전함을 유지해야지. 오늘은 10시까지 야근했고, 내일은 밤샘 상황 근무지만 뭐 괜찮다. 금요일에 우수정보처 선발 수검이 있는데, 시험 대상자로 뽑혀서 시험까지 본다. 근무 서면서 시험공부하게 생겼지만, 뭐 어떠랴.

전자사전 액정이 깨졌다. 교체하려면 10만원 가까이 깨지겠지. 통역 파견비, 수고비 벌어봤자 다 깨먹겠군. 이번 파견 때는 선임의 전자사전을 빌려서 가기로 했다. 통역에 웬 전자사전이냐고? 지난 번 통역 때의 일이었다. 손님들과 함께 오찬회를 갖게 되었는데, 식사 후에 차가 나왔다. 일본 손님의 질문. “이거 무슨 차죠?” “네, 둥굴레 차입니다.”

물론 상식이 있는 사람은, 제아무리 통역관이라도 이런 것까지 다 알고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가령 식사 중에 “이 쏨뱅이 참 맛있네.” 이딴 말은 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달라는 거지. 그러나 아무튼 예상치 못 한 상황은 언제나 터지는 법이니까,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대범하게 사전을 꺼내 찾아주면 된다. 물론 이건 오찬 같은 격식 없는 자리에서나 가능한 얘기고, 두 동강 난 천안함 앞에서 심각하게 브리핑 하다가 사전 꺼내들고 단어 찾고 앉아있었다간……. 통역, 쉽지 않다.

참고로 둥굴레는 일본어로 ‘아마도코로’라고 한다. 군대 와서 일본어 실력은 점점 늘고 있는 것 같다. 강제자기계발을 당하고 있어.

바이올린은, 생각하면 한숨이요, 쳐다보면 눈물이다. 무리해서 이번 목요일에도 레슨을 잡아놨는데, 가기 전에 한 번이나 연습을 할 수 있을는지.

2010/10/19 23:43 2010/10/1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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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받고 왔다. 지난 주 목요일, 사무실 저녁 회식 때문에 오늘로 미뤘던 건데, 레슨 시작 30분 전에야 퇴근해서 간신히 레슨 받을 수 있었다. 늦은 저녁 먹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죽을 만큼 피곤하군.

주말이 사라졌다. 10월 첫 주말은 국군의 날이 끼어있긴 했지만, 그 전 추석 연휴 기간 중의 근무부터 츠바사회 통역 등의 격무에 시달리다 막판에는 체력검정까지 해서 몸이 이미 만신창이. 그나마 토요일에 유포니아 후배들 술 사준 건 스트레스 푼 축에 든다고 봐야하나. 결국 몸살이 났고, 일요일은 앓으며 보냈다.

두 번째 주말에는 금요일 근무가 끼어있었다. 토요일 일찍 집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그날은 자면서 어영부영 보내버렸지. 세 번째 주말에는 토요일 근무. 거기에 번역이라는 격무가 주어졌다. 일요일마저 스크립트 번역 마무리하며 보내야 했다. 그리고 이번 주 토요일, 자원 봉사 어쩌고 행사 명목으로 ‘강제 자원 봉사 차출’이다. 물론 그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대전에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까지 쭉 통역 업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 생활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는 사람이다. 자기 생활에 대해 투덜투덜하면서 짜증을 부리는 것만큼 한심한 짓거리는 없다. 그러나 이쯤 되면 이런 나도 조금은 투덜투덜 거리고 싶어진다. 아니, 강제 자원 봉사 건에 대해서는 정말 욕지거리라도 퍼부어 주고 싶은 심정. 아마 주최 쪽에서는 이런 소리를 하겠지, 1년에 한 번 정도인데 그게 뭐 어렵냐고. 그 1년의 한 번이 내게 어떤 토요일인지 그들은 모를 테니까.

10월 들어서는 연주회 한 번을 보러가지 못 했다. 연주를 할 수도, 들을 수도 없게 하면,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사는 게 귀찮다.

2010/10/18 21:07 2010/10/18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