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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한국 조직 문화의 시작과 끝을 모두 볼 수 있는 것 같다. 권력이라는 게 뭔지도 조금 알 것 같다. 사람들이 왜 권력을 그토록 원하는지도. 나는 한 번도 내 삶이 통째로 어떤 조직에 종속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그런 식으로 삶을 설계한 적이 없다. 하기야 자유분방한 20대에게는 이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

오늘 어쩌면 충주에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레슨을 받고 왔다. 헤아려보니 26번째 레슨이었다. 작년 9월 무렵부터 레슨을 받기 시작했으니 얼추 10개월 가까이 됐네.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다보니 나도 좀처럼 악기를 만지지 못 해서 레슨 받을 입장이 아니었고,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어수선해서 앙상블이나 좀 맞추다 끝냈다. 충주 시민 오케스트라는 결국 분열되어서, 원년 멤버들이 떨어져 나와 동호회를 만들었다는군. 내가 진작 돈줄을 쥐고 있는 쪽의 뜻대로 될 거라고 했건만, 사람이 중요하고 어쩌고 하더니……. 하지만 수준에 맞는 모습을 찾아간 것 같기도 하다.

토요일에는 서울에서 훈련소 동기들을 좀 만나게 될 것 같다. 동기 한 명이 전화를 했는데, 다짜고짜 죽겠다고 하소연이다. 죽겠다는 사람이 멀리도 아니고 바로 내 옆방에도 한 명 있지만……. 저마다 무슨 애환을 그렇게 지고 살아가는지. 너무 쉽게 쉽게 살아가는 내쪽에 문제가 있는 건가.

2011/06/17 02:40 2011/06/17 02:40